서울 용산구 원효로 3가 생태탕 전문점 ‘마라도’
서울 용산구 원효로3가 ‘마라도’의 생태탕. 김도언 소설가 제공
심각하다 못해 망국론까지 언급될 정도로 최악인 근년의 저출산율을 말할 때 격세지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한국에서 연중 가장 많은 신생아가 태어난 시기는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로 보는 게 정설이다. 이른바 베이비부머 시기였던 1959년부터 폭발적인 출산율과 인구 증가 때문에 산아제한 캠페인까지 있었는데 1971년까지 물경 13년 동안 한 해 평균 100만 명 이상의 신생아가 태어났다.
김도언 소설가
이 얘기는 뭘까. 이제 50대 이상이 된 이들의 삶에서 명태는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유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이콘으로 등재됐다는 것이다. 생태탕이나 동태탕은 그래서 중년 이상 한국인에겐 무조건적이고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 음식이다. 거기에 저마다의 체험과 기억이라는 양념이 가미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음식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기 마련인데 실제로 생태탕을 마다하는 사람을 나는 아직 본 적이 없다.
이날은 소문난 음악 애호가이자 언론사에서 도쿄 특파원을 역임하신 김도형 선생님과 이 집을 찾았다. 김 선생님의 음악감상실 ‘딥그루브’가 같은 골목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대로 말하면 김 선생님에게 단단히 신세를 진 일이 있어 그에 대한 답례로 식사를 모시려고 근처 맛집을 미리 선정해 달라고 부탁드렸더니 김 선생님이 부러 이리로 데리고 온 것이다. 신문사에서 근년 정년퇴직을 하고 젊은 시절 듣던 음악을 들으며 멋진 인생 2막을 열고 있는 그에게도 생태는 지난 시간을 끌어올려 삶을 반추하는 필수적인 모티프였던 걸까.
지금의 한국 노장 세대를 키운 7할이 명태였다고 말하면 물론 지나친 과장일 것이다. 그러나 노장 세대는 다들 어렵지 않게 동의할 것이다. 생태탕에서 시작해 동태찌개, 코다리찜, 노가리 등을 먹으며 나이를 먹는 동안 이제는 어지간히 이우는 석양에 포근한 감정을 이입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김도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