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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정 협의체 두고, 병원단체 “참여 검토” 의협 “고려 안해”

입력 | 2024-09-12 03:00:00

[의료공백 분수령]
병원협회 등 “일단 가서 얘기를”… 의사단체 연석회의뒤 “책임자 문책”
일각 “2025학년 증원 조정땐 참여”… 전공의-의대생들은 침묵 이어가



11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출입구에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을 정상 운영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의료공백 상황에서 일반 병원이 문을 닫는 추석 연휴에 환자들이 응급실로 몰려들 경우 중증 응급환자들이 진료를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의 경우 추석 연휴 응급실 내원 환자가 전주 대비 72% 늘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속도를 내면서 참여 여부를 두고 의료계 단체의 입장이 나뉘고 있다. 병원단체들은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의사단체들은 정부가 2025학년도 증원 조정 의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이상 참여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은 협의체 제안 이후 엿새째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 병원단체 “참여할 수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병원협회(병협)와 상급종합병원협의회는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병원 3500여 곳의 모임인 병협 관계자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도 참여하는 만큼 협의체에도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상급종합병원 47곳이 모인 상급종합병원협의회 관계자 역시 “일단 가서 얘기는 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의료계에선 ‘병원의 경우 비상진료 체계 유지를 위한 건강보험 지원 등 정부의 재정 지원을 고려해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국 의대 40곳 학장들의 모임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공문을 받은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도 “논의 중”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전공의 참여를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내걸었다.

● 의협 “들어갈 의사 전혀 없다”


병원단체와 달리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의학회,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은 협의체 참석에 부정적이다. 이들은 11일 연석회의를 마친 후 “의사들 모두 협력과 대화를 원한다”면서도 “(정부가)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자 문책, 국민과 의사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화 의지부터 보여 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현택 의협 회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야, 정부, 대통령실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협의체에 들어갈 의사가 전혀 없다”고 했다.

다만 단체마다 분위기는 조금씩 다르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2025학년도 정원과 관련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을 환영한다”며 정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 조정 의지를 확실히 보일 경우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2025학년도 증원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논의 결과를 정부가 받아들여야 한다. 또 참여단체 15곳 중 8곳이 사용자 단체인데 구성을 바꿔야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의협과 전의비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백지화 약속이 있어야 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강경한 분위기다.

● 침묵 이어가는 전공의-의대생

전공의와 의대생 단체는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여부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대·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비대위원장 3명과 함께 “어떤 테이블에도 임현택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고 밝힌 것이 전부다.

의료계에선 추석 연휴까지는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문제가 정리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의 한 주요 대학병원 교수는 “정부의 입장 변화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추석을 앞두고 의사들이 협의체에 들어가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