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빈집 정비 범정부TF 출범 올해부터 3년간 250억원 들여 철거 공용주차장 등 주민 시설로 탈바꿈 경남 고성군, 연내 82채 철거지원
11일 경남 고성군에 위치한 폐가. 고성군 제공
11일 경남 고성군 삼산면에서 만난 박두문 씨(77)가 이날 철거되는 빈집 7채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박 씨 집 바로 건너편에 10년 넘게 방치됐던 빈집들은 이날 행정안전부와 고성군의 빈집활용사업의 일환으로 철거되기 시작했다.
지방 소멸이 가속화되면서 전국의 빈집은 빠르게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년 이상 방치된 빈집은 13만2000채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6만1000채가 인구 감소 지역에 있다. 2040년에는 전국 주택 10채 중 1채 이상이 빈집으로 버려져 지역 슬럼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추계 결과도 있다.
이날 고성군에서 철거된 빈집 7채의 소유주는 2명이었다. 이 중 한 명은 15년 전까지 남편과 함께 4채의 집에서 양조장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객지에 머무는 자녀들이 홀로 사는 어머니를 모시고 떠나면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집은 14년 넘게 방치돼 폐허로 변했다. 집 마당에는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났고 야생 고라니도 수시로 출몰했다. 빈집에서 100m가량 떨어진 삼산초 학부모회장인 박정미 씨(48)는 “마을도 작은데 흉가처럼 빈집이 방치돼 있으니 아이들이 이쪽으로는 걸어다니기 무서워했다”고 했다.
11일 경남 고성군 삼산면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빈집 철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달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와 ‘빈집 정비 통합 지원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3년간 총 250억 원을 투입해 전국의 빈집 정비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행정안전부 제공
이날 고성군 빈집 철거 현장을 방문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빈집은 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어 안전상의 문제도 생기게 된다”며 “빈집 주변에는 또 다른 빈집이 늘어나는 만큼 정책을 잘 수립해 지역 주민들과 힘을 합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기준 1080채의 빈집이 있는 고성군은 연말까지 82채를 철거하기로 했다. 철거된 빈집은 주민을 위한 공용 주차장이나 공원, 숙박시설 등 주민을 위한 시설로 활용된다.
● “사후 보조금 대신 직접 철거 지원”
이런 설득이 가능했던 건 고성군의 빈집 철거 지원 방식이 바뀐 덕분이다. 이전까지는 집주인이 철거하면 사후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112곳을 정비했다. 하지만 행안부 빈집활용사업에 선정된 뒤 예산이 늘어 군이 직접 철거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고성군 관계자는 “이전에는 소유주가 사비로 업체를 불러 철거한 뒤 영수증 등 비용을 증명해 보조금을 지원받는 방식이라 번거롭다며 손사래를 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고성군 외에도 인구 감소 지역,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협업해 빈집 정비를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그동안 빈집 철거 지원이 ‘도시 재생’ 차원으로 진행돼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개별 단위의 빈집들도 철거를 희망하는 경우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고성=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