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월드컵 亞 3차예선 오만전
3골 모두 관여 3-1 승리 이끌어… A매치 49골 “매번 최고 경기할 것”
홍명보 감독, 10년만에 A매치 승리… “선수들이 전술 변화 잘 대응해줘”
“매번 인생 최고의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를 구한 뒤 이렇게 말했다. 홍명보 감독(사진)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1일 끝난 오만과의 2026 북중미(미국-캐나다-멕시코)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2차전 방문경기에서 손흥민의 1골 2도움 활약을 앞세워 3-1로 승리했다. 5일 팔레스타인과의 B조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던 한국의 3차 예선 첫 승이다. 올해 7월 10년 만이자 개인 두 번째로 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10년 6개월 만에 A매치 승리를 거뒀다. 1승 1무로 승점 4점이 된 한국(3골)은 요르단(4골)에 다득점에서 뒤진 조 2위다. 18개국이 진출해 3개 조로 나뉜 3차 예선에서 각 조 1, 2위는 월드컵 본선에 직행한다.
선제골-결승골-쐐기골 ‘3색 세리머니’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11일 끝난 오만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경기 후반 37분 2-1을 만드는 결승골을 터트린 뒤 포효하고 있다(위 사진). 가운데 사진은 이날 선제골을 넣은 황희찬(오른쪽)과 선제골에 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이 함께 기뻐하는 모습. 아래쪽 사진은 손흥민의 도움으로 3-1을 만드는 쐐기골을 넣은 주민규가 세리머니하는 모습. 아내가 출산을 앞둔 주민규는 공을 유니폼 상의 안에 넣고 임신부를 연상케 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날 한국은 전반 10분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손흥민의 도움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하지만 전반전 추가시간에 수비수 정승현(알와슬)의 자책골이 나와 동점을 허용했다. 한국은 후반전 들어 상대를 몰아붙였지만 안방에서 강한 오만의 골문을 뚫는 데 애를 먹었다. 오만은 2022년 2월 호주전부터 이 경기 전까지 안방경기 4승 2무 1패를 기록 중이었다. 이 기간 오만이 안방에서 진 건 2022년 11월 독일전 0-1 패배가 유일했다.
한국이 3차 예선에서 두 경기 연속 이기지 못하면 홍 감독을 향한 부정적 여론이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감독 선임 과정의 공정성 논란 등에 휩싸인 홍 감독은 졸전을 펼친 팔레스타인전에서 안방 관중의 야유를 받았다. 오만전 해결사는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후반 37분 아크서클 부근에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패스를 받은 뒤,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후반 56분)에 나온 주민규(울산)의 쐐기 골에 도움을 기록하면서 이날 한국이 넣은 세 골 모두에 관여했다. 주민규의 골은 연장전을 치른 경기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역대 A매치에서 가장 늦은 시간에 나온 득점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1골 2도움으로 활약한 손흥민을 두고 “마법을 부려 한국에 첫 승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손흥민은 A매치 통산 득점을 49골로 늘렸다. 한국 선수 A매치 통산 득점 2위인 황선홍 대전 감독(50골)에 한 골 차로 따라붙었다. 이 부문 1위는 차범근 전 축구 대표팀 감독의 58골이다. 손흥민은 “어려운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챙겨 기쁘다. 아직 (3차 예선) 8경기가 남았는데 매 경기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홍 감독이 A대표팀 지휘봉을 처음 잡았던 2013년에도 값진 골을 터뜨린 적이 있다. 당시 홍 감독은 사령탑 데뷔 후 4경기 동안 1골에 그치는 무딘 공격력 때문에 승리하지 못했다. 홍 감독은 다섯 번째 경기인 아이티전을 앞두고 손흥민을 소집했다. 홍 감독 체제에서 처음 발탁된 손흥민은 아이티전에서 2골을 넣어 한국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홍 감독의 데뷔 첫 승이었다.
오만전 승리로 홍 감독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홍 감독은 “훈련한 시간에 비해서는 전체적으로 좋았던 것 같다. 동점이던 후반전에 (공격적으로) 전술 변화를 줬는데, 선수들이 잘 대응해 줬다”고 말했다.
한국과 같은 조의 요르단은 팔레스타인을 3-1로 꺾었다. 한국은 다음 달 10일 요르단 방문경기를 치른다. 이라크와 쿠웨이트는 0-0으로 비겼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