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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무부 “韓 생산 HBM, 中아닌 美에 공급해야”

입력 | 2024-09-12 03:00:00

對中 반도체 수출 담당 고위관료
“中이 첨단기술 확보 못하게해야”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담당하는 상무부 고위 관료가 한국 기업들이 생산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국이 아닌 미국과 동맹국에만 공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HBM은 인공지능(AI) 반도체 구동을 지원하는 핵심 제품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1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 콘퍼런스’에 참석한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미국과 동맹의 안보를 위협하는 첨단 기술을 (중국 등이)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동맹국이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계에서 HBM을 만드는 기업이 3곳인데 그중 2곳(삼성전자, SK하이닉스)이 한국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역량을 우리 동맹을 위해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중국의 관련 역량이 커지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HBM의 중국 수출 통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방안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HBM을 생산하는 주요 반도체 업체가 중국에 HBM을 공급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에스테베스 차관의 이날 발언은 이를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언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선 한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강도가 미국이 원하는 수준에 미흡하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미국의 HBM 수출 통제 협의 요청이 구체화되면 관련 검토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아직 미국의 HBM 중국 수출 통제 내용이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정부는 협의 과정에서 국내 기업의 경제적인 상황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