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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기소된 범죄자” vs “해리스는 마르크스주의자”

입력 | 2024-09-12 03:00:00

[美대선 해리스-트럼프 TV토론]
고물가-세금-이민 이슈 등 공방
해리스, 토론전 먼저 악수 청한뒤… ‘성추문 입막음’ 등 부각시키며 공격
트럼프, 경제-불법이민 언급때 흥분… 토론 내내 해리스 거의 안쳐다봐



응시 vs 미소 10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대선 후보 간 첫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왼쪽)가 발언하는 동안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미소 짓고 있다.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후보가 발언할 때 상대방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고 손으로 턱을 괴는 등 다양한 동작을 선보였다. 트럼프 후보는 해리스 후보를 보지 않고 앞만 응시해 대조를 이뤘다. 필라델피아=AP 뉴시스


“좋은 토론을 하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첫 TV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에게 먼저 악수를 청했다. 트럼프 후보가 이에 응하는 장면은 이날 토론을 누가 주도할 것인지를 보여 주는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는 평이 나온다. 올 6월 27일 트럼프 후보와 조 바이든 대통령 겸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토론 때는 두 후보가 악수하지 않았다.

검사 출신인 해리스 후보는 낙태, 경제, 불법 이민, 외교 등 사안마다 트럼프 후보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는 시종일관 트럼프 후보를 쳐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눈썹을 까딱이며 ‘당신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트럼프 후보가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으로 유죄 평결을 받은 중범죄자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그의 대선 유세 군중 규모가 작다고 주장했다.

발끈한 트럼프 후보는 자신에게 유리한 의제로 꼽히는 고물가, 불법 이민 증가 등을 언급할 때도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토론의 주도권을 빼앗겼다. 이날 토론 내내 해리스 후보의 얼굴도 거의 쳐다보지 않았다. 다만 일각의 우려처럼 비(非)백인, 여성 등에 관한 막말은 하지 않아 “최악은 피했다”는 평을 얻었다.

● 해리스, 트럼프 ‘도발’ 주력

해리스 후보는 토론 시작부터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고 트럼프 후보를 거칠게 공격했다. 해리스 후보는 ‘미 경제가 4년 전보다 나아졌다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 후보가 “억만장자와 대기업의 세금을 깎으려 한다. 또 일상용품에 20%의 ‘트럼프 소비세’를 부과하려 한다”고 말문을 돌렸다.

또한 경영학 분야의 명문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대의 와튼스쿨을 거론하며 “와튼스쿨도 트럼프의 (각종 경제) 계획이 미국의 재정적자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고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후보는 “나의 (대통령) 재임 기간 중에는 인플레이션이 없었다”며 “그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 경제를 파괴했다”고 반박했다. 또 “해리스에게는 정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후보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불법 이민자가 크게 늘면서 각종 범죄도 증가했다며 “베네수엘라와 전 세계 국가의 범죄율이 낮아졌는데 (해리스가) 범죄자들을 미국으로 데려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후보가 범죄 증가에 대해 언급하자 해리스 후보는 “국가안보범죄, 경제범죄, 선거개입으로 기소된 사람에게서 이런 말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또 트럼프 후보의 성추문 입막음 사건에 대한 유죄평결 형량 선고 시점이 대선이 치러지는 11월이라는 점을 거론했다. 트럼프 후보가 처해 있는 각종 사법 리스크를 강조한 것이다.

● 트럼프, 인신공격 지속

트럼프 후보는 해리스 후보가 토론이 실시된 펜실베이니아주의 주민이 중시하는 셰일가스 수압파쇄 추출법 ‘프래킹(fracking)’을 과거에 반대했다가 최근 찬성하는 등 ‘말 바꾸기’를 한 것을 공격했다. 또 해리스 후보 또한 고물가, 불법 이민 증가 등 바이든 행정부의 약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리스 후보가 “미 국민을 분열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인종을 이용하려 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것은 비극”이라고 비난하자 “해리스가 뭐가 되고 싶든 나는 괜찮다. 그건 그녀에게 달린 일”이라며 논쟁을 피했다. 트럼프 후보는 자메이카계 흑인과 인도계 혼혈인 해리스 후보가 과거에는 인도계를 주로 부각시키다 대선 과정에서 흑인 표심을 의식해 흑인인 척 행세한다고 주장했다.

토론 초반 낮은 목소리로 차분한 대응을 유지하던 트럼프 후보는 해리스 후보의 도발에 다소 평정심을 잃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후반부에 언성이 높아졌고 “사람들은 해리스 집회에 가지 않는다. 그는 버스를 대절하고 돈을 지불해 사람들을 모은다”고 했다. “해리스는 마르크스주의자”, “민주당은 바이든을 개처럼 쫓아냈다”며 인신공격성 발언도 내놨다.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는 전체 발언의 46%를 트럼프 공격에 쓴 반면, 트럼프는 해리스 공격에 전체 발언의 29%만 사용했다”고 분석했다. 해리스 후보의 거센 공격에 직면한 트럼프 후보가 발언 시간 중 상당 부분을 해명에만 썼다는 의미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