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주영 개혁신당의원과 함께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을 열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의원,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과 함께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을 11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개최했다.
김길원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지난 2월정부가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중증·희귀질환에 대한 신약 접근성 강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많은 질환과 치료제가 건강보험 등재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며 “환자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고자 이번 심포지엄을 마련했다”고밝혔다.
첫 주제발표를 맡은 최은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중증·희귀질환 치료 접근성 현주소’를 주제로 상대적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희귀질환의 보장성 강화 필요성을 공유했다. 희귀질환에 대한 정부의 의료비 지원은 점차강화되고 있지만 여러 측면에서 아직 개선돼야 할 정책적 수요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연구위원은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요구도가 높지만 의료진과 환자 모두 조기에 필요한 정보와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경향이있다. 환자 맞춤형 치료 계획과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했다. 이어 “희귀의약품 공급과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효과성을 확보할 근거 마련의 기반 조성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증·희귀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들이 직접 본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투병기와 신약 치료의 절실함을 발표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첫 순서로는 진행성폐섬유증을 앓고 있는 이동욱(가명) 씨가 무대에 올랐다. 계속해서 폐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진행성 폐섬유증은 예후가 좋지 않은 질환으로 증상이 심한 날에는 산소 호흡기에의지해 숨을 쉬어야 할 정도다. 이 씨의 경우 투병 이후 체중이 15kg이나 빠졌다. 올해 초 폐기능이 계속 떨어지자 그는 주치의로부터 진행성 폐섬유증 신약 치료를 권고 받아 복용을 시작했고, 다행히 효과가 좋아 폐기능 저하가 늦춰졌다. 하지만 해당 신약은 비급여 약제로 월 150만~300만 원의 약값이 든다. 이 씨는 “평생 의료 보험료를 납부해 왔는데 절실한도움이 필요할 때 급여화가 안되고 있는 현실에 절망했다. 진행성 폐섬유증은 생존 기간이 짧아 환자들에게 시간이 없다는 점을 부디 알아주시면 좋겠다”며 급여화에 대한 간절함을 호소했다.
다음으로 무대에 오른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 김갑배 씨는 질환으로 인한 육체적·심리적 고충을 겪어왔다.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질환 특성 상 수시로 찾아오는 가슴 통증과 어지럼증으로 고통을 받아야 했고, 작년부터 심장이 더 두꺼워지면서 도저히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증상이 심각해졌다. 그러던 중 주치의의 권유로 신약 치료를 시작했고, 불과 일주일 만에그토록 꿈꿔온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 김 씨는“신약을 통해 다시 평온한 일상을 살 수 있게 됐는데,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신약 치료를받기 위해서는 비급여로 월 2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더욱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부디 신약이 하루 빨리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많은 이들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2부 패널 토론에서는 이중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 국장, 최인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헬스케어혁신부 전무,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KAPO) 이사, 김진석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 권선미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의료학술이사(중앙일보 헬스미디어 기자) 등이 패널로 참여한 가운데 중증·희귀질환자들의 보장성 강화와 건강보험재정 개선 방안에 대해 뜨거운 토론을 이어갔다.
KRPIA 최인화 전무는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신약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규제가아닌 보장성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며 “특히 중증·희귀질환 신약 급여 등재의 유일한 창구나 마찬가지였던 경제성 평가 생략 제도의 축소는 환자 치료 접근성 측면에서 우려가 큰 부분이다. 급격한 약가 제도 변동보다는 앞서 소개된 건강보험재정 연구결과가 시사하듯 건강보험 재정 내 신약에 대한 지출 비용이 적절한지부터 논의를 시작해 나가야 할 지점”이라고 산업계의 입장을 밝혔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