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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변동률’만 공시가에 반영…공시가 〉 시세 막는다

입력 | 2024-09-12 17:50:00


뉴스1

정부가 폐지를 공언했던 이전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대신 시장 변동률을 공시가에 반영하는 새로운 산정 방식을 내놨다. 핵심은 공시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지 않고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세 움직임을 반영해 불안정성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새로운 산정 방식은 11월 전 국회 문턱을 넘어야 내년 공시가격부터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12일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 체계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3월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 때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를 발표한 데 따른 세부 이행 방인이다. 새로운 산정 체계는 간단히 말해 전년도 공시가에 ‘시장 변동률’만을 반영한다. 시장 변동률은 실거래 가격과 감정평가 금액 등을 고려한 수치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통해 현실화율을 2035년까지 최고 9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에 매년 공시가를 산정할 때 ‘연도별 현실화율 목표치’를 반영했다. 정부가 새로 내놓은 방식은 이 현실화율 목표치를 제외하고 시장 상황에 따른 변동분만 계산에 넣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산정 방식을 바꾼 것은 기존 현실화 계획이 여러 부작용을 낳았기 때문이다. 공시가가 시세보다 높아지는 경우도 있었고, 공시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세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기도 했다. 국토연구원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반영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현실화율 90%’를 반영했을 때 공동주택의 20%, 표준주택과 표준지의 각각 25%, 24%에서 공시가가 실거래가를 뛰어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90%를 달성했을 때 주택분 재산세 부담은 현행 대비 61% 증가했다.

정부는 주택 유형별, 가액대별, 지역별 공시가격 균형성을 갖추는 방안도 함께 내놓았다. 기존에는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 단독주택과 아파트 등에 따라 공시가격 편차가 컸다. 정부는 이들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공시가 산출 후 시군구별 균형성 수준을 평가하기로 했다. 주택 유형이나 가액대별 편차가 큰 지역은 ‘심층 검토 지역’으로 선정해 균형을 추가로 맞출 계획이다. 균형성이 낮은 부동산의 공시가는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통해 재산정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공시가의 급격한 상승을 막기 위해 균형성을 조정할 때는 전년 공시가격의 최대 1.5% 이내로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안을 추진하더라도 더 디테일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시장 변동분을 반영했을 때 거래가 빈번히 일어나지 않는 단독주택이나 소규모 아파트 단지 같은 경우 공시가 편차가 커질 수 있어서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균형성을 높일 때 결국 조사자 개인의 판단에 의존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며 “편차를 줄이고 균형감을 갖출 수 있도록 세부 메뉴얼을 잘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