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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소수인종 우대정책 없앴더니…흑인 신입생 비율 4%P 감소

입력 | 2024-09-12 14:31:00


하버드대학교 전경 (사진=AP/뉴시스)

지난해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시와 공공기관 채용 등에서 비(非)백인계를 우대하는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을 위헌 판결한 후 처음 치러진 하버드대 입시에서 흑인 입학생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계 입학생 비율은 이전과 동일했고, 히스패닉(라틴)계 입학생은 소폭 늘었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이날 소수인종 우대정책 폐지 이후 첫 입학자 수를 집계해 발표했다. 하버드대 공개자료에 따르면 올 가을 하버드대에 등록한 1647명의 신입생 가운데 흑인 비율은 지난해 18%에서 14%로 4%포인트 줄었다. 아시아계 미국인 비율은 지난해와 같은 37%였고, 히스패닉계 등록률은 14%에서 16%로 2%포인트 늘었다. 자신의 인종이나 민족을 공개하지 않은 학생 비율은 지난해 4%에서 올해 8%로 두 배로 늘었다. 하버드는 관례에 따라 백인 학생 비율은 공개하지 않는다.

앞서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SFFA)’은 소수인종 우대정책으로 인해 아시아계 및 백인 학생들이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역차별을 받는다며 하버드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의 위헌 판결을 이끌어 냈다. 당시 하버드대는 소송 과정에서 “입시에서 인종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학부 수업의 다양성이 심각하게 손상될 것”이라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NYT는 “(4%포인트의) 흑인 신입생 감소는 당초 하버드대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NYT에 따르면 하버드대의 흑인 학생 비율 변화는 예일 등 다른 대학의 상황과 거의 비슷하다. 예일대는 흑인 학생 비율이 14%로 거의 같게 유지됐고, 프린스턴대의 경우 약 9%로 유지됐다.

하지만 컬럼비아대는 올해 흑인 학생 비율이 20%에서 12%로 크게 주저앉았다. 대신 아시아계 학생 비율이 지난해 30%에서 올해 39%로 급증했다. 브라운 대학에서는 흑인 학생 비율이 15%에서 9%로 급감했고, 히스패닉 계열 학생 또한 14%에서 10%로 크게 줄었다.

NYT는 “아시아계 학생 비중이 늘어난 학교들은 칼텍, 브라운대, 노스캐롤라이나대, MIT 등”이라며 “하지만 예일대, 프린스턴대, 듀크대 등은 최대 6%포인트 하락했다”고 전했다.

한편, 하버드대의 흑인 학생 선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서 흑인 커뮤니티는 반발하고 있다. 2400명의 흑인 동문, 학생, 교직원으로 구성된 ‘하버드 다양성 연합(Coalition for a Diverse Harvard)’은 흑인 “학생 비율이 20% 이상 감소했다”며 “이는 엄청난 감소”라고 지적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