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러닝 인기타고 유통되는 정교한 ‘짝퉁 러닝화’… 모르고 신다가 발목 나갑니다[동아리]

입력 | 2024-09-14 11:00:00

‘동아’닷컴 ‘리’뷰(Review)는 직접 체험한 ‘고객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제품이나 공간, 문화, 예술 등 우리 주변 모든 고객경험을 다룹니다.



국내 오픈 마켓에서 판매 중인 아디다스 짝퉁 의심 러닝화. 업계 전문가는 판매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정교하게 제작된 짝퉁 신발이라고 판정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한민국에 러닝 열풍이 불고 있다. 특별한 장비 없이도 러닝화만 신으면 어디서든 운동이 가능한 장점 덕에 최근 러닝은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러닝화 시장도 급성장 중이다.

시장 조사 전문기관 유로모니터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러닝화 시장은 약 1조 원 규모로 괄목할만한 시장으로 커졌다. 러닝화 매출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20만 원이 넘는 고성능 러닝화(카본화)가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어 시장이 팽창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성능 러닝화(선수용 또는 카본화)는 20만 원대부터 60만 원대까지 가격대가 넓다.

나이키 선수용 러닝화를 착용한 엘리우드 킵초게(케냐) 마라톤 선수.

여자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 티지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가 신는 아디다스 러닝화.

마라톤 스타인 엘리우드 킵초게(케냐), 여자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 티지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 등 인기 있는 선수의 선수용 신발들이 일반인들에게도 인기를 끌면서 관련 제품이 출시되면 순식간에 품절 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고가 러닝화 인기에 연이어 품절… 구매 수요 늘자 ‘정교한 짝퉁 러닝화’ 중국서 유입
고성능 러닝화가 인기를 끌며, 연속 품절 되자 정교하게 제작된 ‘짝퉁 러닝화’가 국내에 유통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취재결과 정교한 짝퉁 러닝화는 중국에서 주로 제작된다. 현재 중국업체들은 ‘3D 프린트와 AI 기술’을 동원해 정품과 외형으로는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의 짝퉁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에서 제조된 정교한 가품 러닝화는 브랜드 정품 러닝화 정가에 약 20~35% 할인하는 것처럼 속여 한국 사이트(오픈 마켓)에 ‘직구’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예컨대 30만 원대 정품 제품을 ‘할인’해주는 것처럼 하면서 19~22만 원대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과거에 중국업체들이 저품질 모방 제품을 만들어 2~3만 원대에 팔았던 방식에서 현재는 완벽하게 베끼고 비싸게 팔겠다는 전략으로 판매 행태를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오픈 마켓에서 판매 중인 가품 의심 러닝화. 업계 전문가는 매우 정교하게 모방된 짝퉁 러닝화로 의심된다고 했으나, 실제로 살펴봐야 정확하게 판정할 수 있다고 했다. 사진만으로 짝퉁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전문가들도 어렵다고 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가품 신발의 외형 모방은 완벽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교한 가짜 제품들은 사진상으로는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정품과 차이가 없다고 한다. 관련 전문가들도 육안으로는 정·가품 구분이 어려운 수준이라고 하며, 실제로 만져보고 살펴봐야 판정을 내릴 수 있다고 한다.

정·가품 판정하는 명확한 기준은 ‘무게’… “무게 줄이는 기술은 아직 못 따라와”
익명을 요구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담당자는 본사 정책상 자신이 속한 브랜드를 밝힐 수 없다고 전하며 정·가품을 판정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은 ‘무게’라고 설명했다. “현재 짝퉁 러닝화 외형은 정품에 95% 수준까지 따라왔으나, 가볍게 제작하는 기술은 아직은 멀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에서는 최근 카본 패널을 신발에 삽입한 고성능 러닝화를 출시하고 있는데, 중국산 짝퉁 카본화들은 카본 대신 검정 플라스틱판을 넣으며, 완성도가 떨어져 달리기 시 플라스틱판이 발바닥을 찌르거나 신발 바닥을 뚫고 나온 사례도 보고됐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빠르게 달리기를 하는 도중 플라스틱판이 발바닥을 찌르면 크게 다칠 수 있고, 발목을 잡아주는 기술이 정품 대비 부족하기에 발목 골절·인대 파열 등 큰 부상 위험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전문가의 설명을 종합하면 신발의 모양은 거의 비슷하지만, 기능적인 부분은 아직 따라오지 못했다는 의견이다.

외형만 똑같은 짝퉁 러닝화… 잘못 신었다가 발목골절·인대파열 등 큰 부상 ‘위험’

아디제로 프라임 X2 스트렁 정품 러닝화.

그렇다면 실제 정품 카본화는 어떨까. 짝퉁 제품이 유독 많은 것으로 알려진 ‘아디제로 프라임 X2 스트렁’ 정품 모델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며 가품 구별법을 알아봤다.

아디제로 프라임 X2 스트렁 정품 러닝화. 정품 신발들은 카본 패널과 신발의 접착상태가 매우 견고하다고 한다. 가품의 경우 정품과 외형은 거의 비슷하지만, 본드 발림 등 접착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전문가 지시에 따라 신발 앞뒤를 잡고 젖은 수건을 짜듯 ‘좌우로 비틀어 보니’ 탄탄한 탄성과 함께 펴지려는 힘이 무척 강한 것이 느껴졌다. 가품 신발은 탄성 없이 플라스틱이 확 휘어지는 느낌이 난다고 한다.

전문가는 정품 러닝화는 발뒤꿈치와 아킬레스건을 견고하게 지지한다고 했으며, 가품과 차이가 나는 결정적인 부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신발을 직접 신어보니 발목 부분을 꽉 잡아주는 탄력이 느껴졌다. 흡사 압박 스타킹을 신은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고성능 카본화들은 통상 신발 중창(미드솔)이 두꺼워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발목을 탄성 있게 잡아주는 기술이 필수라고 한다. 반면 가품 신발은 발목을 잡아주는 탄력이 부족하고 특히 발꿈치와 아킬레스건을 고정해주는 느낌이 약하다고 설명했다.

아디다스 위조 방지 라벨.

또 아디다스의 경우 신발 안쪽 상품 택을 확인할 수 있다. QR코드와 유사한 ‘위조 방지 라벨’이 표기돼 있으며, 스마트폰으로 찍어보면 정품의 경우 해당 신발 페이지로 이동한다고 한다.

중국에서 직구한 러닝화 ‘짝퉁’ 알았더라도… 과도한 반품비 요구해 손해 발생
한편 중국에서 직구한 러닝화가 가품인 것을 알게 되더라도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짝퉁 판매자들이 ‘항공운송료’를 핑계로 과도한 반품 배송료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구매 시에는 무료 또는 저렴하게 배송해 주지만 반품 시 10만~20만 원 수준의 배송료를 요구하기 때문에, 짝퉁 제품인 것을 알았더라도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중국산 짝퉁 제품을 일본으로 우회해서 파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중국에서 정교하게 가품을 제작한 뒤, 일본을 경유 해 한국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일본 직구 제품은 짝퉁이 아닐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를 이용한 고도의 사기 수법이다. 일본 짝퉁 직구의 경우 중국 직구 대비 가격대가 높은 편이며, 정품 모델 정가 대비 10~20% 저렴하게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 직구를 할 때는 공식 매장에서 구매해서 한국으로 배송하는 것인지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

정품 러닝화는 신발 중창(미드솔) 부분 접착이 깔끔하다고 하며, 중국 직구 제품 중 본드가 많이 묻어 있거나 접착이 불량한 경우 가품으로 의심해야 한다고 한다.

도움을 준 업계 전문가는 “정·가품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과 또 다른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지만, 더 자세하게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번 기사를 통해 가품 구별법이 자세하게 알려지면 중국 업자들이 그 부분을 보완해서 더 정교한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끝으로 “해외 직구 제품을 굳이 꼭 구매해야 한다면 자신만의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모든 부분이 검증된 이후에 사는 것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들이는 노력에도 “짝퉁 제품을 살 가능성은 80% 이상”이라고 말했다.

김상준 동아닷컴 기자 k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