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독버섯처럼 확산하는 온라인 도박이 태반은 중학교 때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이 최근 초중고교생 1만6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69명(10.0%)이 ‘친구가 도박을 하는 걸 본 적 있다’고 답했다. 157명(1.5%)이 도박을 직접 해 본 적이 있다고 했는데 그중 50%는 중학교 때, 15%는 초등학교 때 도박을 처음 했다고 한다. 벌을 받을까 봐 거짓으로 응답한 학생이 상당수 있을 수 있어 실태는 훨씬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고 불법 사채를 빌리는 청소년도 적지 않았다. 응답자 36명 중 1명꼴로 이른바 ‘대리입금’으로 돈을 빌렸거나 이를 목격했다고 답했다. 대리입금은 소셜미디어로 청소년들에게 접근한 뒤 단기간에 소액을 빌려주고 20∼50%의 금액을 수고비 명목으로 뜯어내는 수법이다. 빚을 늦게 갚으면 ‘지각비’를 요구하는 한편 주변 사람에게 알리겠다며 욕설과 협박 등의 불법 추심을 한다. 도박으로 2000만 원을 탕진한 서울의 한 고교생은 대리입금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300만 원을 빌렸다가 빚이 1000만 원으로 불어났고, 아버지까지 추심을 당했다고 한다.
청소년은 아직 가치관 형성이 미흡하고 또래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기에 도박도 들불처럼 퍼지고 있다. 이번 설문에서도 친구·지인의 권유 등으로 도박을 시작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도박 중독은 또 다른 범죄로 이어져 청소년의 미래를 망친다. 도박을 경험한 학생의 4%는 금품 갈취나 중고거래 사기 등을 통해 도박비를 마련했다고 답했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고 청소년이 온라인 도박장을 개설하거나 도박 프로그램을 판매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