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 관저로 확정했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외교부 장관 공관 모습.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대통령실과 관저를 용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의 불법 및 특혜 의혹에 대해 12일 감사원이 감사 착수 1년 9개월 만에 늑장 결론을 내놨다. 공사 계약과 시공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는 있었지만 시공계약 자체는 적법했고, 특혜는 없었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 대통령경호처 등에 주의를 요구하는 데 그쳤다. 감사 보고서에는 ‘촉박한 일정’이나 ‘불가피한 상황’ 등 대통령실을 변호하는 듯한 표현이 반복됐다.
하지만 감사 보고서를 뜯어보면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커지는 느낌이다. 관저 인테리어 공사의 수의계약을 따낸 업체 ‘21그램’은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후원사 가운데 한 곳이다. 관저 이전 업무를 총괄한 김오진 전 대통령비서실 관리비서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 경호처 등을 통해 추천받았다. 해당 업체를 추천한 분들이 현 정부와 밀접한 분들”이라면서도 “누가 추천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감사원의 조사는 거기에서 멈췄다.
시공 업체에 대한 감독이 지나치게 부실했던 것도 의문이 남는다. 21그램 측이 관저 인테리어 공사에서 하도급을 준 18개 업체 중 15개 업체가 무자격 업체였다. 대통령실과 행안부의 사전 승인도 받지 않고 무자격 업체를 끌어들였다.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어 증축 공사를 할 수 없게 되자 21그램 측은 대통령실의 의뢰로 직접 종합건설사를 섭외해 왔는데, 이 건설사는 직접 시공하지 않고 대표의 친형이 운영하는 실내건축업체에 하청을 줬다. 자격 있는 업체가 직접 공사를 하고 있는지 확인은 없었다. 사실상 21그램을 위해 면허만 빌려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