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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13만채, 정부-지자체-민간 뭉쳐야 해결[기고/이상민]

입력 | 2024-09-12 23:00:00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최근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10월 기준 일본 내 빈집이 900만 채로, 5년 전 조사보다 51만 채가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저출생·고령화와 도시화가 심화되면서 지방에서 폭증하는 빈집 문제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전국의 빈집이 13만 채에 달하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다 보면 각종 범죄가 확산하는 이른바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빈집은 마을을 슬럼화하고 범죄 장소로 악용되는 등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방 인구의 감소세 속에서 전국의 빈집은 계속 늘고 있지만 소유자 고령화, 복잡한 소유권, 철거비 부담 등으로 빈집 정비나 재활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각 지역은 저마다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전남 강진군은 상태가 양호한 빈집을 5년 또는 7년간 무상 임대받아 말끔히 고쳐 보증금 100만 원, 월세 1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아준다. 강진으로 이주한 사람이 빈집을 매입해서 리모델링할 때는 최대 3000만 원까지 지원한다. 한 유튜버는 1만 원 주택에 입주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올리며 강진군 홍보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방소멸대응기금 29억 원을 들여 빈집 20채는 고치고 호텔 1동은 새로 짓는 ‘병영 마을호텔’ 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제주의 빈집 재생 숙박업체의 사례는 이미 여러 지자체의 표준 모델이 되고 있다. 빈집을 10년간 무상 임대 후 고급 독채 숙소로 리모델링해서 수익을 창출하고 집주인에게 돌려준다. 방치된 빈집을 멋지게 변신시켜 주고 10년 동안 관리까지 받을 수 있으니 집주인에게 인기다. 2017년 처음 시작한 사업은 이제 ‘집 고쳐 달라’는 리스트만 전국에 400여 채가 넘는다고 한다.

충남 청양군도 지방소멸대응금 10억 원으로 빈집 10채를 고쳐 청년·신혼부부 등에게 월 1만 원에 임대하는 ‘빈집이음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 처음 모집한 3채는 20 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다. 경남 고성군은 매년 100여 채씩 발생하는 빈집 해소를 위해 행정안전부의 ‘빈집 정비 사업’을 활용, 올해 82채를 철거 중이다. 주민참여예산으로는 빈집 4채를 고쳐 외지 청년을 겨냥한 시골집 살아보기 ‘힐링 촌캉스’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정부도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범정부적 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 지난달 행안부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가 손잡고 ‘빈집 정비 통합 지원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우선 정책 수립의 기초가 되는 전국 빈집 현황 실태조사에 나선다. 민간의 자발적 정비와 활용을 유도하기 위해 양도소득세, 상속세 등 관련 법령과 제도도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다. 행안부는 올해부터 3년간 총 250억 원을 투입해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빈집 철거에 나선다. 향후 10년, 20년 뒤를 대비하는 빈집 정비 중장기 계획 마련을 위해 자치단체와 민간 전문가 등이 함께하는 범부처 협의회도 구성하기로 했다.

빈집 문제는 정부, 지자체, 민간은 물론 국민이 함께 해야 해결할 수 있는 국가적 난제다. 애물단지가 아니라 지역의 보물단지로 재탄생하도록 국민 참여가 필요한 때다. 빈집에 하나둘 불이 켜지면 대한민국에도 새로운 희망이 채워질 거라 믿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