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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새 원전, 신한울 3·4호기 짓는다

입력 | 2024-09-13 03:00:00

원안위, 탈원전에 멈췄던 건설안 허가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조감도.

경북 울진군의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이 신청 8년여 만에 허가를 받았다. 신한울 3·4호기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17년 10월 건설이 중단된 바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2일 제200회 회의를 열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안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건설 허가는 한국수력원자력이 2016년 1월 건설 허가를 신청한 지 8년 8개월 만에 이뤄졌다. 이로써 한국은 2016년 6월 새울 3·4호기(당시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이후 8년 3개월 만에 새 원전을 짓게 됐다.

신한울 3·4호기는 전기 출력이 각각 1400MW(메가와트) 용량인 가압 경수로형 원전(APR1400)으로 현재 운영 중인 새울 1·2호기, 신한울 1·2호기와 설계가 동일하다. 2016년 1월에 건설 허가를 신청했지만 1년여 만인 2017년 10월 문재인 정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의결하면서 사업이 중단됐고 건설 허가 심사도 중지됐다. 이후 윤석열 정부가 2022년 7월 건설사업 재개를 선언하면서 심사가 다시 시작됐다.




원전 생태계 복원 신호탄, 12조 일감 생겨… 원전 3기 추가 건설


신한울 3·4호기 8년만에 건설허가… 文정부 탈원전에 4개월만에 중단
尹정부서 다시 건설허가 절차 밟아… 고사 직전 원전업계에 단비 역할
“부지 81% 매입”… 오늘 공사 재개

신청 8년 만에 건설허가를 받으면서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가 ‘국내 원전 생태계 복원’의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총사업비가 11조7000억 원에 이르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앞으로 10년 이상에 걸쳐 지속적으로 일감을 공급하면서 고사 직전에 몰렸던 국내 원전업계의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된다. 2038년까지 최대 3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정부 계획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돼 국내 원전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원전 생태계 복원의 상징… 이미 터 닦기 진행 중”

신한울 3·4호기는 2016년에 이미 건설 계획을 확정하고 용지 선정과 환경영향평가까지 마친 원전이었다. 하지만 2017년 10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착수한 지 4개월 만에 건설이 중단됐다. 현 정부 들어 원전 건설 재개로 정책 전환이 이뤄져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진행하고 건설허가 절차도 다시 밟아 왔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즉시 본관 기초 굴착과 함께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한수원은 13일 신한울 3·4호기 건설 부지에서 관계사 임직원들과 함께 명품 원전 건설, 안전한 일터 조성을 다짐하면서 공사 재개에 나선다. 최일경 한수원 건설사업본부장은 “원전 생태계 복원의 상징으로 불리는 신한울 3·4호기가 이번에 건설허가를 받은 만큼 책임감을 갖고 최고의 안전성을 갖춘 원전으로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신한울 3호기는 2032년, 4호기는 2033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정식 공사에 앞서 정부의 실시계획만으로 추진할 수 있는 터 닦기 공사는 이미 진행 중”이라며 “이달 5일 기준으로 신한울 3·4호기 부지의 약 81%도 매수가 끝난 상태라 빠른 공사 진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울 3·4호기의 주요 설비 공사 계약은 이미 완료된 상황이다. 종합 설계는 한국전력기술이 담당하고 주기기 공급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맡게 된다. 시공은 현대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 포스코이앤씨 등이 진행할 예정이다.

● 원전업계에도 대규모 일감으로 ‘단비’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내 원전 생태계에는 자연스럽게 대규모의 일감이 공급된다. 약 2조9000억 원 규모의 주기기 건설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가 협력업체들과 계약을 맺게 되고 약 2조 원 규모의 펌프, 배관, 케이블 등 보조 기기 계약도 준공 시점까지 순차적으로 발주된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고사 직전까지 갔던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고, 원전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우리나라의 원전 산업에 대한 대외 신뢰도를 제고해 향후 체코 원전 수주를 비롯한 원전 수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 울진군은 5일 한수원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과 관련해 지역 업체 참여 방안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본격적인 공사 착수로 울진 지역 경제에도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내 원전 업체들은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다. 원전 보조기기 생산과 납품을 담당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탈원전 정책으로 지난 몇 년 동안 원전 관련 신규 수주가 ‘올스톱’ 상태였다”며 “과거에 수주한 기기들의 개·보수 작업을 진행하면서 회사를 겨우 운영해왔는데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계기로 새로운 일감을 따내면 매출 증진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16년 6월 새울 3·4호기(당시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이후 8년 3개월 만에 새 원전 건설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정부의 추가 신규 원전 건설 계획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5월 공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는 2038년까지 최대 3기의 원전을 새로 건설하고 2035년부터는 대표적인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본격적으로 발전에 활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전기본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담긴 것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새울 3·4호기가 곧 준공될 예정이어서 국내 원전업계의 일감이 완전히 끊어질 위기였는데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원전업계의 인프라와 시설, 인력 등을 유지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것”이라며 “11차 전기본 실무안 계획 이행에 청신호가 켜진 것은 물론이고 국제적으로 봤을 때도 우리 원전 산업의 신뢰를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