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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라면 먹을 권리 달라”…항공사는 왜 라면이 못마땅한가?

입력 | 2024-09-13 07:38:00

대한항공 이어 진에어도 안전 이유로 라면 중단
비즈니스석은 계속 제공, “형평성 안맞는다”
“해외여행 기내 라면의 즐거움 달라” 주장도




“안전을 이유로 기내에서 컵라면을 먹지 못하는 건 이해하지만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은 제공하면서 일반석만 금지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 (영등포구 40대 이모씨)

13일 업계에 따르면,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가 내달 1일부터 전 노선에서 기내 라면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뜨거운 물로 인한 화상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국토교통부도 지난달 난기류 사고 예방 대책을 발표하면서 국내 항공사들에 컵라면 서비스 중단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올 들어 항공기 난기류가 급격히 늘면서 일부 항공사가 ‘이때다’ 싶을 정도로 안전을 이유로 기내 라면 서비스를 금지하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달 15일자로 기내 간식 서비스를 리뉴얼하며 일반석 라면 서비스를 아예 중단했다.

하지만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은 그대로 라면 서비스를 해 논란이 일었는데 일반석의 경우, 승무원이 뜨거운 물을 부은 컵라면을 한꺼번에 여러 개 옮겨야 하고, 승객들이 밀집돼 화상의 위험이 더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반면 일등석이나 비즈니스 석은 독립된 좌석으로 일반석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향후 커피나 차도 너무 뜨겁지 않게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

진에어는 그동안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전용 비닐 지퍼백에 담아 제공해 왔으나 협소한 공간에서 서비스가 이뤄져 위험이 늘 상존했다고 주장한다. 일부 승객들은 지퍼백이 불편해 컵라면을 꺼내 먹는 등 효용성도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았다.

특히 무료 서비스가 아닌 기내 판매로 라면을 제공하던 진에어의 경우, 컵라면 중단으로 오히려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

신라면 기준으로 컵라면은 LCC에서 5000원 안팎에 판매된다. 기내에서 판매하는 상품 중 컵라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감소를 감수하고 판매 금지를 결정한 셈이다.

그러나 모든 항공사가 기내 라면 금지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컵라면 서비스를 진행 중인 한 항공사 관계자는 “객실팀에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판단해 안전한 상황에서만 제공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앞으로도 라면 제공은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항공사 관계자도 “라면이나 커피는 모두 화상을 입지 않을 정도의 온도로만 제공하면 된다”며 “안전 고도에서 서비스하는 것도 위험을 낮추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토부가 매우 위험한 서비스라고 판단했다면 권고가 아니라 명령을 내리지 않았겠느냐”고 덧붙였다.

진에어가 대한항공 계열사이기 때문에 컵라면 서비스 중단에 보조를 맞춘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들린다.

대한항공은 장거리 노선 일반석의 라면 서비스를 중단하는 대신 기내식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기존에 제공하던 샌드위치 외에도 콘덕, 피자, 핫포켓 등을 추가로 내놨다. 진에어도 대체 간편식을 도입하고, 사전 주문 기내식 서비스를 확대해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부대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과 환경 보호를 위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은 “기내에서 먹는 라면의 독특한 맛이 있다”며 “해외여행에서 라면의 즐거움을 뺏어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주장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