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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원석 “유리하면 환호, 불리하면 검찰 악마화”…정치권 비판

입력 | 2024-09-13 10:48:00

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꽃다발을 들고 있다. 2024.09.13 서울=뉴시스


이원석 검찰총장은 13일 퇴임사에서 “검찰이 세상사 모든 일을 해결해 줄 ‘만능키’라고 여기는 사람들과 검찰을 ‘악마화’하는 사람들, 양측으로부터 받는 비난과 저주를 묵묵히 견디고 소명의식과 책임감으로 버텨온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해 “이해관계에 유리하면 환호해 갈채를 보내고, 불리하면 비난하고 침을 뱉어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의 이른 사퇴로 대검 차장 시절 직무대행으로 2022년 5월부터 업무를 시작한 이 총장은 총 28개월의 업무를 마무리하고 오는 15일 임기를 마친다.

이 총장은 “지금은 사회 여러 영역에서 소통하고 숙의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검찰과 사법에 몰아넣는 가히 ‘소용돌이의 사법(Jurisdiction of the vortex)’ 시대”라면서 “한쪽에서는 검찰독재라 저주하고, 한쪽에서는 아무 일도 해낸 것이 없다고 비난한다. 한쪽에서는 과잉수사라 욕을 퍼붓고, 한쪽에서는 부실수사라 손가락질한다”고 했다.

이어 “만약 그 일이 상대 진영에서 일어났다면 서로 정반대로 손가락질하며 평가했을 일을 옳고 그름이 아니라 오로지 유불리에 따라서만 험한 말들을 쏟아내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라고 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이 총장은 “2022년 5월 ‘수사권 조정’과 소위 ‘검수완박’을 겪고 난 검찰은 말 그대로 병들어 누운 환자였다”며 ”뜻을 잃고 망연자실하게 손을 놓은 검찰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이어 “지난 정부는 범죄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야 할 형사사법기관인 검찰과 경찰의 역할과 기능을 쪼개고 나누고 분산해 서로 갈등하도록 만들었다”며 “통섭과 융합의 시대에 그렇게 해서는 일이 되지 않고, 이는 시대정신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검찰을 향한 전방위 압박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정당한 수사와 재판에 대한 근거 없는 허위 주장과 공격,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지 못할 검사탄핵의 남발, 검찰을 아예 폐지한다는 마구잡이 입법 시도까지 계속되면서 명예와 자긍심만으로 버티는 검찰구성원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이 총장은 검찰을 향한 당부의 말도 남겼다. 그는 “검찰의 주된 존재이유는 ‘옳은 것을 옳다, 그른 것을 그르다’고 선언하는 것”이라며 “권력 쟁취를 위해 기본 규범과 규칙을 외면하기 시작하고, 곧이어 입법 과정이 흐트러지고, 검찰제도와 사법절차가 훼손되며, 법과 제도마저 권력투쟁의 도구로 전락하면 공적 신뢰와 함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무너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에 심화된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로 인해 오로지 상대 진영을 공격하고 자기 진영을 방어하는 데에만 매달리는 양 극단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해 하나하나의 사건마다 ‘지구가 멸망해도 정의를 세운다’는 기준과 가치로 오로지 증거와 법리만을 살펴 접근해야 하고, 개인이나 조직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또 “‘관용과 자제’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전제가 사라진 시대에 이러한 노력은 설 땅을 찾기 매우 어렵고 근거 없는 비난과 매도에 시달리게 되지만 그것이 검찰의 숙명이라고 여기며 견뎌내야 한다”며 “검찰과 사법에 사회의 모든 문제를 몰아넣고 맡겨 오로지 자기 편을 들어달라고 고함치는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에도 검찰은 ‘법치주의’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