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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햄버거 즐기는 父, 딸에 심장병 물려줄 위험 커

입력 | 2024-09-13 11:34:00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음식을 즐기는 아버지를 둔 딸은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아버지의 건강하지 않은 식단이 정자의 리보핵산(RNA)을 변화시켜 아이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 연구자들이 주도한 실험에서 수컷 쥐에게만 고콜레스테롤 사료를 먹인 결과 암컷 새끼의 심장병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 질환으로 더 잘 알려진 심장병은 심장과 혈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질환을 포괄하는 용어로 전 세계적으로 사망 원인 1위다.

이전 연구에서 임신부의 식단이 자녀의 심장병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아버지의 식단과 자녀의 건강 사이 연관성을 들여다봤다. 10일(현지시각) 미국 임상연구학회(ASCI) 학술지 ‘JCI Insight’에 발표한 이번 연구는 이 같은 결과가 딸에게만 나타난다는 것을 최초로 입증했다.

“이전에는 정자가 수정 과정에서 유전체(게놈)에만 기여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최근 우리와 다른 연구자들은 건강에 해로운 식단, 환경 독성 물질, 스트레스 등의 환경 노출이 정자의 RNA를 변화시켜 세대 간 유전을 매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라고 책임저자인 저우 창청(Changcheng Zhou) 생물의학과 교수가 말했다.

리보핵산(RNA)은 구조가 데옥시리보핵산(DNA)과 유사하며 대부분의 생물학적 기능에 필수적인 유전 정보를 전달한다.

“자녀를 계획하는 남성은 건강한 저콜레스테롤 식품을 섭취하고 심혈관 질환 위험 요소를 줄이는 것이 좋다. 이러한 요소들이 정자에 영향을 미쳐 자녀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연구는 정자가 이러한 정보를 다음 세대로 전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저우 교수는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 연구는 심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인 동맥경화증에 초점을 맞추었다. 동맥경화증은 콜레스테롤, 지방 및 기타 물질로 구성된 플라크가 동맥벽에 축적 돼 생기는 경우가 많다. 플라크가 경화되면 동맥이 좁아지고, 혈류가 제한되어 주요 장기에 산소 공급이 감소한다.

정자에는 유전자 조절과 많은 세포 과정에 중요한 소형 비암호화 RNA 분자가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다. 이들 RNA가 변형되면 다양한 생물학적 과정에서 그 기능이 크게 변화한다.

연구자들이 수컷 쥐에게 고 콜레스테롤 먹이를 준 결과, 혈관 벽에 지방이 쌓여 심장병과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는 고지혈증이 발생했다.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음식에는 곱창, 새우, 삼겹살 그리고 햄버가 같은 패스트푸드, 탄산음료 같은 가당 식품, 프렌치 프라이 같은 튀김류 등이 있다.

수컷 쥐는 정상적인 저 콜레스테롤 먹이를 섭취한 암컷 쥐와 짝짓기를 했고, 암컷 쥐는 새끼를 낳을 때까지 저 콜레스테롤 식단을 유지했다. 태어난 새끼 쥐들에도 저 콜레스테롤 사료를 먹였다. 그럼에도 암컷 새끼 쥐는 동맥에 지방이 많고 끈적끈적한 플라크가 쌓여 심장병과 뇌졸중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상태 인 죽상 경화증 발병률이 2~3 배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수컷 새끼 쥐는 위험 요인이 증가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왜 암컷만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졌는지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했으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