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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해당 앱과 정보 모두 조작됐다는 점이다. 가짜 정보를 믿었던 A 씨가 거액의 투자금을 이체하자, 범인은 수익금을 인출하기 위해 수익금의 30%를 지정한 계좌로 송금하라고 했다.
범인의 거짓말에 속은 A 씨는 총 11억 1293만 원을 이체해 빼앗겼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까지 발생한 투자리딩방 사기는 총 6143건으로 534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올 1월부터 7월까지 발생한 보이스피싱 사건은 총 1만1734건, 피해액 3909억 원이다. 올 2월부터 8월까지 발생한 로맨스스캠 사건은 920건이었으며, 피해액은 545억 원으로 집계됐다.
경찰청은 최근 발생하는 금융사기의 수법이 매우 정교해 사기 범죄의 유형을 모를 경우 성별, 연령대, 직업과 상관없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고령층 등 취약한 사람들만 피해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 경찰관이 피해자인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20대 여성은 과거 코인으로 사기 피해를 당한 후 ‘주식 등 사기 피해 모임’이라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알게 된 투자 전문가한테 또 사기를 당했다. 이 투자 전문가는 ‘집단 소송을 도와주겠다’며 신뢰 관계를 형성한 뒤 특정 비상장주식을 매수할 것을 권유했고, 피해 여성이 5억4000만 원 가량을 투자하자 연락을 두절했다.
한 40대 남성은 인스타그램에서 ‘해외에서 의사로 일하는 외국인 여성’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이를 알게 돼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범인은 “일 끝나면 한국에 가서 같이 살 거라 이삿짐을 보낼 테니 택배비를 대신 지불해 달라”고 속였고, 피해자는 이에 1억4000만 원을 보냈다 빼앗겼다.
공통적으로 ①피해자에게 미끼 문자를 발송하는 등 접근하는 ‘미끼 접근 단계’ ②가짜 앱, 홈페이지, 오픈채팅방 등으로 피해자를 속이는 ‘속임 단계’ ③ 대포 통장, 가상계좌 등을 통해 편취하는 ‘편취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사기꾼들은 분야별 전문가를 활용해 가짜 신분, 가짜 홈페이지와 앱, 가짜 정보 등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모든 것을 조작한다고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SNS에서 대화하는 사람, 오픈채팅방에 수백 명이 있어도 모두 가짜일 수 있으며 스마트폰으로 보는 모든 화면도 가짜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범행 시나리오 역시 다양하다. 경찰청은 “사기꾼들은 사람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들 수 있도록 맞춤형 시나리오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노후 자금을 걱정하는 은퇴를 앞둔 사람에게는 안정적인 고수익 투자처를, 외로운 사람에게는 연애의 감정을, 대출이 필요한 사람에겐 저금리 대출 상품을 제안하는 식이다.
경찰청은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 먼저 인지하고 가족, 친척 등 주변에 알려 예방법을 적극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