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꽃 밥상/지영우 지음/52쪽·1만6800원·사계절
그날 밤, 배가 고파서 차마 잠들지 못하는 아이 앞에 할머니가 입었던 것 같은 꽃무늬 티셔츠와 몸뻬 바지를 입은 작은 소녀가 나타난다. 두 사람은 우유갑 기차를 타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바다, 들판, 꽃길을 지나 밤새 어디론가 달려간다. 도착한 곳은 바로 소녀의 할머니 집! 앞치마를 두른 할머니는 아이들을 꼭 안아준 뒤 꽃잎 한 소쿠리, 달 한 그릇 떠서 밥도 짓고 전도 부친다. 푸짐한 밥상이 차려진다.
아이들이 먹는 건 밥만이 아니라 꽃밥보다 달고, 달전보다 더 고소한 할머니의 그 깊은 사랑. 봉긋해진 꼬마들 배만큼, 행복도 추억도 쌓인다. 시간은 흐르고, 할머니는 연약해져도 아이들을 자라게 한 그 사랑은 시들지 않는다. 아련하고 서정적인 그림체가 뭉클함을 더해 준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