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토지 가격 공개해 거래 편의 높인 디스코… 감정평가사로 일하며 시장성 주목 빌딩·창고 등 상업용 부동산 정보… 개인은 대기업과 달리 접근 어려워 2006년 이후 모든 거래 무료 제공… 도심 빌딩-시골 토지 가격 한눈에 점주-관리인 소개 등 사업 다각화
배우순 디스코 대표이사가 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사무실에서 자사 상업용 부동산 중개 플랫폼 ‘디스코’의 웹 버전을 켜서 강원 강릉 인근의 토지와 상가 빌딩 거래 내역을 보여주고 있다. 매물도 함께 올라 있다. 지역의 공인중개사들이 올린 물건들이다. 성남=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휴대전화에 앱 하나를 설치하고 버튼 하나를 누르면 내 주변의 땅과 빌딩, 단독주택의 거래 이력이 한눈에 지도에 표시돼 나오는 서비스가 있다. 상업용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디스코(DISCO·대표이사 배우순)가 제공하는 앱 서비스다.
디스코가 이 서비스를 내놓기 이전까지는 땅이나 빌딩, 상가, 창고나 공장 등의 거래 가격은 알기 힘들었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떼 보더라도 가격이 나와 있는 것은 일부에 불과했다. 디스코는 2016년 말에 정부가 상업용 부동산과 토지 등의 거래에 관한 정보를 불완전하게 공개했을 때 재빨리 나섰다. 빅데이터 분석 기술과 시각화 기술을 동원해 지번까지 정확히 나오지 않는 불완전한 정보를 완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2017년 초 누구라도 쉽고 빠르게 찾아볼 수 있도록 지도 위에 정확하게 표시해 공개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빌딩이나 토지, 공장, 상가 등을 거래하려는 사람들은 돈을 내고서라도 이용할 만한 서비스였는데, 디스코는 무료로 공개했다. 지금도 누구라도 앱이나 웹을 통해 전국의 모든 땅과 빌딩, 상가, 공장, 단독주택 등의 거래 내역을 볼 수 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다세대·다가구주택 등 전형적인 주거용 부동산의 거래 정보에다 경매에 나와 있는 물건도 모두 나온다.
추석을 10여 일 남겨 둔 이달 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신도시에 있는 디스코의 사무실에서 배우순 대표(42)를 만났다. 감정평가사로 감정평가 법인에서 일했던 그가 빌딩과 땅 거래 가격을 그냥 공개한 속내, 플랫폼 서비스에 가격 공개 외에 더해진 기능들, 궁극적으로 어떤 서비스로 나아갈 것인지 등에 대해 들었다.
● 감정평가사로 일하다가 느낀 불합리
배 대표는 2009년부터 2016년 초까지 감정평가사로 일했다. 대기업이 의뢰한 빌딩이나 토지, 공장 등에 대한 감정평가 보고서 등을 작성하고, 부동산 활용에 대한 컨설팅도 수행했다. 대기업은 감정평가법인을 통해 상업용 부동산 등에 대한 정보를 파악했지만 개인이나 작은 기업 단위로 내려오면 그렇지 못했다. 배 대표는 “2010년대 초 서울 강남에서 사무용 빌딩을 가격 비교도 제대로 해 보지 못하고 사는 사업가들을 종종 봤다”며 “상업용 부동산의 거래 정보를 투명하게 만들면 사업적으로도 성공할 기회가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창업은 2016년 초에 했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정보 등을 제공하는 부동산 플랫폼들이 생기고 3∼4년이 지난 시점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사고파는 사람들의 정보 비대칭성을 없애 보자고 마음먹었다. 마침 정부가 그해 말 상업용 부동산 거래 정보도 공개하면서 서비스 개발이 빨라졌다. 하지만 정부가 공개하는 정보는 지번이 나오지 않는다. 지금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들어가 보면 토지는 동 이름 정도만 나온다. 디스코는 이런 불완전한 정보를 기반으로 해당 토지의 거래 면적이나 용도 등 여러 정보를 결합해 정확한 지번을 찾아낸 뒤 앱과 웹에 정확한 위치로 정보를 제공한다. 정부가 공개한 2006년 이후의 모든 거래 정보를 볼 수 있다.
대도시의 빌딩을 지나치면서 ‘저런 꼬마 빌딩은 얼마나 할까’를 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이제는 앱만 켜면 알 수 있다. 예컨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 인근에 있는 지하 1층, 지상 7층 일반상업지역에 있는 꼬마빌딩(대지 105㎡, 연면적 728㎡)이 작년 5월에 73억 원에 거래됐다는 정보가 나온다. 가격뿐만 아니라 건축물이 층별로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에 대한 정보가 담긴 건축물 현황 등 다양한 관련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다른 스타트업과 협업해 지금 건물을 헐고 새로 짓는다면 어떻게 효율적으로 지을 수 있는지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까지 결합했다.
부동산에서는 현장을 살펴보는 임장을 중요시 여긴다. 특히 아파트처럼 어느 정도 표준화된 매물이 아닌 빌딩이나 토지, 상가, 공장 등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디스코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현장을 가 본 듯이 물건을 볼 수 있다. 배 대표는 “많은 공인중개사가 우리 앱이나 웹을 켜서 거리뷰를 보여주면서 해당 토지나 빌딩,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을 고객들에게 보여주며 설명한 뒤 실제 현장을 방문하곤 한다고 듣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정보를 실제 거리를 찍은 로드뷰 정보와 결합해 다세대 건물의 거래 정보나 매물 정보가 해당 부동산을 찍은 사진 위에 바로 표시되도록 해 편의성도 높였다.
디스코는 로드뷰 사진에도 부동산 실거래가 정보를 직접 표시해 편의성을 높였다. 디스코 제공
● 토지-빌딩-공장 거래를 아파트처럼 편리하게
올해 6월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전시회인 넥스트라이즈에 참여한 디스코. 디스코 제공
현재는 회원이 내는 수입이 주요 수입원인데, 여러 사업을 다각적으로 플랫폼에 접목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와 협업해 전국 각지에 프랜차이즈 매장을 낼 만한 상가를 찾아주고 점주까지 매칭해주는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건물 관리 전문가나 세무사나 회계사를 소개해주는 비즈니스도 있다. 회원인 공인중개사의 일감이 늘어남에 따라 디스코도 수입을 늘리는 방식이다.
배 대표는 토지와 빌딩 가격을 사람들이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 데는 자부심을 느끼는 듯 보였다. 그는 “부동산 가격이 가려져 있거나 가격이 갑자기 변동하는 상황은 판매자나 구매자뿐만 아니라 중개사 모두에게 좋지 않다”며 “토지나 빌딩, 상가, 창고, 공장 등의 거래도 아파트처럼 투명하고 편리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디스코의 목표”라고 했다.
성남=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