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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자산 80% 부동산에 집중, 빚에 의존하는 PF 노출액도 200조 넘어 [금융팀의 뱅크워치]

입력 | 2024-09-16 10:00:00


부동산에 이른바 ‘올인’해온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가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가계 자산의 약 80%가 부동산에 쏠려있을뿐 아니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200조 원이 넘습니다.

●가계 자산 중 부동산 80% 육박

올 5월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 복지 조사’에 따르면 한 가구 당 평균 총자산은 5억2727만 원으로 전년 대비 3.7% 감소했습니다. 1년 전에 비해 금융자산이 3.8% 증가했으나, 실물 자산이 5.9% 줄어든 점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가계 자산이 줄어든 것은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입니다.

문제는 가계 자산 중에 부동산이 4억1424만 원으로 전체의 78.6%을 차지했다는 점입니다.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봐도 한국의 부동산 의존도는 지나치게 높은 편입니다. 2021년 기준 미국의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은 28.5%였으며 일본(37.0%), 영국(46.2%) 등도 한국보다 크게 낮습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에 편중된 가계 자산이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우려합니다. 가계 차원에서는 아파트에 모든 여유 자금을 투입하니 그만큼 은퇴 준비에 소홀하게 됩니다. 또 이 같은 가계의 부동산 편중은 토지 가격을 높여 기업의 생산성을 낮추는데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땅값이 올라가게 되면 연구개발(R&D) 등에 쓰여야 할 돈이 임대료로 흘러가면서 기업의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자본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면 결국 국가 경쟁력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가계 차원에서 이른바 ‘부동산 불패 신화’에 대한 믿음이 굳건하고 아파트를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도 유효하다”며 “이런 무의식이 저변에 깔린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겠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래미안 원베일리’ 전경. 이 아파트의 이른바 ‘국민 평형’(전용 84m²)이 이달 2일 60억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평당(m²) 가격으로 환산하면 2억 원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뉴스1



●가계 넘어 금융권도 PF 대출 키워

가계들이 주담대를 받으며 자산 편중을 심화시키는 동안, 금융사들은 부동산 관련 대출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왔습니다. 특히 미래에 예상되는 수익을 내세워 자금을 마련해 부동산 사업장을 개발하는 ‘PF 대출’의 규모가 불어났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금융권의 PF 노출액은 216조5000억 원이었습니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이 1311조9000억 원(출처: 한국은행)임을 고려하면, 전체 기업 대출에서 PF의 비중이 15%가 넘는다는 얘기입니다.

한 때 금융사들에게 PF 대출은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는 알짜 투자처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과 함께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토지매입비, 사업비 등의 증가로 개발에 차질이 생기는 사업장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강우석 기자

PF 대출과 관련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6월 “갈라파고스적 부동산 PF, 근본적 구조개선 필요”라는 보고서를 발간하며 PF 사업 방식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KDI는 보고서에서 “(PF 사업의 주체인) 시행사는 일반적으로 총사업비의 3%에 불과한 자본을 투입하고, 나머지 97%는 빚을 내서 PF 사업을 추진해 왔다“며 ”부동산 PF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낮은 자기자본’과 ʻ높은 보증 의존도’로 대표되는 낙후된 재무구조에 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가계도, 기업도, 금융회사도 부동산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 이런 경제 구조를 지닌 나라에서 성장과 혁신이 활발해질 수 있을까요. 당분간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