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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내가 총 맞은 건 바이든과 해리스의 ‘말발’ 때문”

입력 | 2024-09-17 01:56:00


“그들(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레토릭 때문에 내가 총에 맞았다.”

현지기준 10일 오후 트럼프와 해리스 미 대통령 후보 TV 토론회.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관련 트럼프의 발언에 해리스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ABC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발생한 자신에 대한 두 번째 암살 시도의 책임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16일 폭스뉴스 디지털과 인터뷰를 가진 트럼프 후보는 “그(총격범)는 바이든과 해리스의 레토릭(트럼프 후보에 표현)을 믿었고, 그대로 행동했다”며 “그들의 레토릭 때문에 내가 총에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나라를 구하는 사람이고, 그들(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후보)은 나라를 파괴하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의 이 같은 주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후보가 꾸준히 트럼프 후보를 “민주주의의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해 온 것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에 대한 과도한 공격과 적개심이 암살 시도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트럼프 후보는 “그들(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후보)은 우리나라를 파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은 내부의 적이며, 진짜 위협”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후보가 선동적인 표현을 쓰고 있다고도 비난했다. 그동안 민주당을 중심으로 미국 정치권에선 트럼프 후보가 선동적인 표현을 쓴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트럼프 후보는 자신이 암살 시도를 당한 것을 계기로 상대방이 더 선동적이라는 프레임을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후보는 “그들은 매우 선동적인 언어를 사용한다”며 “나는 훨씬 더 (선동적인 표현 사용을) 잘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월 13일 오후(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를 벌이던 자신을 살해하려던 저격범의 총알에 귓바퀴를 맞고 피를 흘리며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치켜들고 있다. AP 뉴시스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진행된 야외 유세 중 총격을 받고 귀를 다쳤던 트럼프 후보는 15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본인 소유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중 두 번째 암살 시도를 경험했다. 당시 AK-47 유형 소총으로 무장한 채 트럼프 후보에게 총격을 가하려던 용의자 라이언 웨슬리 루스(58)를 미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발견해 곧바로 사격했고, 루스는 도주했다. 루스는 인근 고속도로에서 체포됐고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비록 트럼프 후보가 직접적인 부상을 당하진 않았지만,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상대방에 대한 공격적인 언사와 이른바 ‘증오 정치’의 심각성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