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내티 오픈에 출전한 이가 시비옹테크. 신시내티=AP 뉴시스
코리아 오픈 조직위원회에서 시비옹테크가 출전 의사를 밝혔다고 공개한 날은 지난달 25일이었습니다.
시비옹테크는 이로부터 6일 전인 19일 신시내티 오픈 준결승에서 패한 뒤 “WTA 사무국이 선수들에게 너무 많은 경기 출전을 강요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WTA 125등급은 ‘2부 리그’
뒤에 붙은 숫자는 우승자가 가져가는 랭킹 포인트를 나타냅니다. (메이저 대회는 2000점입니다.)
따라서 이 숫자가 클수록 수준이 높은 대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20번째 대회를 치르는 코리아 오픈은 지난해까지는 WTA 250등급 대회였는데 올해 500등급 대회로 올라섰습니다.
WTA 500등급 대회인 포르셰 그랑프리에 출전한 이가 시비옹테크. 사진 출처 대회 홈페이지
그리고 이에 해당하는 선수는 WTA 500등급 대회에도 최소 6번은 출전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시비옹테크 같은 최상위 랭커는 여기에 연말 결선 대회인 WTA 파이널스에도 출전해야 합니다.
요컨대 이런 선수는 1년에 21개(메이저 대회 4개 + WTA 1000등급 10개 + WTA 500등급 6개 + WTA 파이널스) 대회에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겁니다.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WTA 1000등급 대회 차이나 오픈
그런데 참가 의무가 있는 대회를 두 차례 건너뛰었다면 16개 대회에서 받은 포인트만 가지고 랭킹을 계산하게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메이저 대회보다는 WTA 1000등급 대회, WTA 1000등급 대회보다는 WTA 500등급 대회를 건너뛰는 게 당연히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랭킹 상위 20명이 모두 출전 의사를 밝힌 올해 차이나 오픈. 사진 출처 대회 소셜미디어
그래서 일단 US 오픈에서 ‘높이’ 올라갔던 선수가 출전을 포기하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US 오픈에서 준우승한 제시카 페굴라(30·미국·3위)가 ‘디펜딩 챔피언’인데도 올해 코리아 오픈에 출전하지 않은 게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시비옹테크는 지난해 차이나 오픈 챔피언이라 랭킹 포인트 관리 차원에서도 이 대회에 나가야 합니다.
지난해 코리아 오픈 챔피언 제시카 페굴라.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WTA 250등급 대회는 상위 랭커에게 초청료를 지급할 수 있습니다.
마리야 샤라포바(37·러시아·2004년), 비너스 윌리엄스(44·미국·2007년), 캐럴라인 보즈니아키(34·덴마크·2012년), 카롤리나 플리스코바(32·체코·2014년) 같은 전직 세계랭킹 1위 선수가 코리아 오픈 우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유입니다.
WTA 500등급 대회는 초청료를 지급할 수 없기 때문에 선수가 불참해도 조직위가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없습니다.
올해 코리아 오픈 포스터.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그나마 2021년 US 오픈 챔피언인 에마 라두카누(22·영국·70위)가 참가한 덕에 ‘이번 대회 포스터는 완전 사기’라는 비판을 살짝 비껴갈 수 있었습니다.
이진수 코리아 오픈 토너먼트 디렉터는 “우리도 불만이 많다. 포스터 제작 때만 해도 이 선수들이 다 오기로 돼 있었다. 추석 연휴만 아니었어도 포스터를 새로 제작했을 텐데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선수들 불참 선언이 줄 이었는데도) 관중 여러분이 많이 찾아주셨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환경에서 경기를 관람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