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대한 현대인 인식 반영해야”vs“기후 문제 해결 우선”
추석을 하루 앞둔 16일 오전 서울 경복궁이 나들이 나온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추석을 맞아 오는 18일까지 4대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휴무일 없이 무료로 개방한다. 2024.9.16/뉴스1
실제로 17일 추석 당일에도 최고기온이 최대 34도에 달하는 무더위가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추석이 아닌 ‘하석’(夏夕)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통상 추석은 절기상 낮과 밤의 시간이 같아지는 추분에 위치해 있어 ‘가을의 시작’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여름이 길어지면서 추석은 더 이상 가을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 농경사회도 아닌데 추석 ‘음력’ 고집해야 하나
추석 명절 연휴인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폭염특보를 피해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4.9.15/뉴스1
1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추석 연휴 기간을 양력 10월로 고정하자’는 주장은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과거 추석은 조상께 풍년을 기원하는 차례가 중심이었다면 현대사회에서는 가족과 함께 혹인 개인 여가를 보내는 휴가 의미가 더 크다고 설명한다.
‘양력 추석론’을 옹호하는 이들 상당수는 ‘여름 추석’과 같은 계절적 대표성보다는 날짜를 예측할 수 있다는 편의성과 효율적 측면을 우선시했다.
지난 14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40대 남성 김 모 씨는 “추석 명절이 과거 농경 사회 일정에 맞춰서 날짜가 정해진 측면이 있기 때문에 오늘날 생활 방식에 맞게 바뀔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며 “다만 추석을 옮기면 농업 종사자분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쪽 입장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행 버스를 기다리던 20대 공무원 윤 모 씨 “아무래도 추석 연휴가 기니까 양력으로 날짜를 고정하면 약속을 잡기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충남 공주로 향하는 주부 서 모 씨(47)도 “음력은 나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니까 양력으로 정해두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30대 직장인 권 모 씨는 근속 연수가 1년이 채 안 돼서 연차가 적은데 이번 징검다리 연휴를 이용해 8박 9일간 유럽 여행을 가게 됐다. 권 씨는 “이번 추석 연휴 덕분에 멀리 유럽 여행을 갈 수 있게 됐다”며 “명절을 주말 앞뒤 3일로 고정해 두면 저와 같이 저연차 근로자한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수천 년 내려온 ‘추석’ 일반 공휴일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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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가 사상 첫 천만 관중을 달성한 15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를 찾은 야구팬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24.9.15/뉴스1
대구 출신 직장인 이 모 씨(32)는 “추석 날짜를 섣불리 바꿨다가 조상님이 차례상을 못 드시면 어떻게 하냐”고 진지하게 걱정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여름이 길어졌다고 단순히 추석을 뒤로 미룰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충남 천안에 거주하는 신낙규 씨(64)는 “기후변화 때문에 추석을 바꾸자는 의견에 공감하기 어렵다”면서 “기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는 게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대학원에 재학 중인 20대 여성 송 모 씨도 “기후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날씨가 더워질 때마다 추석을 계속 뒤로 미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