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만들어진 AI 서비스의 과도한 영향력 견제 목적
‘소버린(sovereign) AI’는 한 국가가 자체 데이터와 인프라를 갖추고, 고유 언어와 문화를 반영해 개발한 인공지능(AI)이다. 외국 AI 서비스의 과도한 영향력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GETTYIMAGES]
데이터 주권보다 광범위한 ‘소버린 AI’
최수연 네이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8월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발표했다. [뉴스1]
챗GPT를 위시해 오늘날 AI 기술을 선도하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다. 앞으로 AI는 거의 모든 디지털 분야에 적용될 것이다. 이미 선진국 빅테크들이 AI 기술을 자사 서비스에 속속 도입하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의 서비스와 콘텐츠에 AI가 적용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그 AI를 만든 국가의 기술은 물론, 문화와 가치관도 반영된다는 뜻이다. 특정 국가나 기업의 정치적·상업적 의도에 따라 콘텐츠가 왜곡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공간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문화적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
세계 각국이 소버린 AI에 관심을 갖는 데는 안보, 경제 등 현실적 필요성도 크게 작용했다. 가령 타국이 개발한 AI 기술을 군사 분야에 적용할 경우 알고리즘이나 데이터 처리 방식에 따라 국가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 AI가 각광받기 전에도 외국산 디지털 제품·부품을 군용 장비에 탑재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무엇보다 AI 자체가 갖는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세계 투자시장에서 AI 산업과 비(非)AI 산업 간 투자 규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얼마나 수준 높은 AI 기술을 적용하는지에 따라 디지털 분야는 물론, 제조업 등 레거시 산업의 경쟁력 차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외국 AI 기술에 일방적으로 의존할 경우 그 부작용은 사실상 모든 경제 영역에 미칠 것이다. 한마디로 AI 기술 표준을 마련해 공급하는 국가는 갈수록 부강해지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갈수록 을(乙)이 되는 AI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소버린 AI 확보는 단순히 정보기술(IT) 경쟁력을 넘어 국가의 장기적 번영과 독립성, 나아가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는 데 필요한 필수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에서 시작된 데이터 주권 수호가 세계 각국에서 법제화된 것처럼, 이보다 포괄적 개념인 소버린 AI 확보도 여러 나라가 국가적 과제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소버린 AI를 확보해야 할까. 무엇보다 아직 AI 시장에서 후발 주자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나아가 정부 차원에서도 중장기적인 AI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