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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기일에 큰 선물 받아”…명절에 더 그리운 가족·동료 위한 소방청 영상

입력 | 2024-09-17 16:04:00

강원 강릉시 석란정 화재진압활동 중 순직한 고(故) 이영욱 소방경씨와 그의 아내 이연숙 씨(좌측).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헬기 사고로 순직한 고 (故) 신영룡 소방장과 그의 부친 신두섭씨. 유튜브 원더맨 캡처.


“오늘(17일)이 기일이거든요. 누군가 그 하루라도 ‘이런 소방관이 있었지’ 하고 기억해줬으면 했는데, 정말 큰 선물을 받았어요.”

2017년 9월 17일, 강원 강릉시 석란정 화재진압활동 중 순직한 고(故) 이영욱 소방경(59)의 아내 이연숙 씨(62)는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최근 추석 명절을 맞아 순직 소방관의 유가족과 동료들을 위해 소방청에서 기획한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가족사진’ 영상에 출연했다.

강원 강릉시 석란정 화재진압활동 중 순직한 고(故) 이영욱 소방경(59)의 아내 이연숙 씨(62)가 이달 6일 남편이 담긴 사진을 선물 받고 있는 모습. 소방청은 유튜브 채널 원더맨과 협업해 순직 소방관의 가족과 동료들에게 떠나간 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유튜브 원더맨 캡처.



이번 영상은 소방청과 유튜브 채널 ‘원더맨’과 협업해 제작됐다. 주제는 추석 명절을 맞아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이들에게 보내는 선물로, 순직 소방관 유가족 및 동료에게 이들의 사진을 깜짝 선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유가족 및 동료가 각 지역 소방서 등을 방문해 우연히 소방 캐릭터 홍보를 위한 사진 촬영 이벤트에 참여하면 소방 캐릭터 대신 각자가 떠나보낸 가족이나 동료를 합성해 제공했다.

이 씨는 “올해부터 소방청에서 순직 주기에 작은 선물을 준다고 해서 인근 소방서에 갔는데 소방캐릭터랑 찍는 사진이라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며 “(사진에) 남편이 있어서 처음엔 안경을 안 써서 그렇게 보이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는 “그 순간은 남편이 정말 살아돌아온 것만 같았다”며 “남편이 내 옆에서 있는 것만 같아서 이런 기획을 해준게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추석 명절을 맞아 모두가 고향으로 향하던 이날, 이 씨는 남편이 안치된 대전 현충원을 찾았다. 이 씨는 “선물로 주신 사진은 잘 보관하고 있다”며 “이렇게라도 순직한 이들을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강릉 석란정 화재로 순직한 고(故)이호현 소방교(27)의 동료 박민수 씨가 이호현 소방교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 유튜브 원더맨 캡처.

영상에는 이 씨 외에 강릉 석란정 화재로 목숨을 잃은 또다른 순직 소방관인 고(故)이호현 소방교(27)의 동료 손영호·박민수 씨도 나온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헬기 사고로 순직한 고(故) 신영룡 소방장(42)의 부친 신두섭 씨도 등장해 아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헬기 사고로 순직한 고(故) 신영룡 소방장(42)의 부친 신두섭 씨가 선물 받은 사진에 나온 아들의 모습을 보여 “귀중한 우리 아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유튜브 원더맨 캡처.


영상에서 신두섭 씨는 “나는 우리 아들을 외국에 보냈다, 외국에 가서 잘 살고 있겠지 하고 생각하고 없어졌다는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며 그리움을 애써 눌러 담았다. 사진을 받은 신 씨는 “귀중한 우리 아들, 잘 커 줘서 고맙다”며 “부디 하늘에서 잘 있어라”고 인사를 전한다. 영상은 순직 소방관의 가족 및 동료들이 떠난 이들이 “여전히 자랑스러운 소방관”이라고 말하며 마무리된다.

이번 영상은 19일 소방청 채널에도 업로드 될 예정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추석 명절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일깨우고 순직 소방관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이번 영상을 기획했다”며 “이번 기획이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일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순직 소방관·경찰·군인들이 세상에 남기고 간 물건들을 모은 특별한 추모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그들은 가족이었습니다(https://original.donga.com/2022/hero-memorial)’ 기사로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