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차렉 주한국 체코대사 인터뷰
이반 얀차렉 주한 체코대사가 13일 서울 종로구 주한체코대사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얀차렉 대사는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반 얀차렉 주한국 체코대사가 13일 서울 종로구 주한체코대사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최근 한국이 수주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이 양국의 협력에 중대한 분기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은 체코가 2036년 가동을 목표로 남부 두코바니에 지을 7, 8번째 원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7월 선정됐다. 내년 초 최종 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체코 남부 두보바니 원전 단지 전경. 체코는 두코바니와 테멜린에서 각각 4, 2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지난해 10월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우주항공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 2023’에 참석한 이반 얀차렉 주한 체코대사(오른쪽 네번째)와 체코 항공우주 기업 관계자들. 주한 체코대사관 제공
얀차렉 대사는 “체코가 한국의 유럽 원전 시장 진출에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기술력을 갖춘 한국과 원전을 지어봤고 유럽 시장 이해도가 높은 체코가 협력한다는 소식에 이웃 국가들이 큰 관심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체코는 유럽의 중앙부에 위치했다. 독일, 폴란드,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등 4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체코 정부는 지리적 이점을 살리기 위해 향후 10년간 고속철도과 고속도로 건설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얀차렉 대사는 “한국은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는 물론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퀀텀 기술 등 체코의 전략 성장 분야 전반에서 협력할 여지가 크다”고 내다봤다.
이반 얀차렉 주한 체코대사가 13일 서울 종로구 주한체코대사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얀차렉 대사는 이달로 한국 부임 1주년을 맞았다. 김치가 입에 잘 맞고 반려견과 새벽 남산 산책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각계 초대로 한국을 빠르게 알아가고 있다며 한국인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얀차렉 대사는 “직전에 근무하던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는 체코 식당이 아예 없었지만 서울에는 7곳이나 있다”며 “양국의 끈끈한 교류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주한체코문화원과 현대어린이책미술관 주최로 29일까지 경기 남양주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에서 열리는 ‘Beyond Paper Plane: 체코의 어린이 책’ 전시회. 주한 체코대사관 제공
현행 주 4회 운항하는 양국 직항편을 주 7회로 증편하는 것 또한 목표다. 한-체코 민간 교류를 활성화에 지렛대가 될 전망이다. 얀차렉 대사는 체코가 유학이나 워킹홀리데이를 목적으로 살기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인근 유럽 국가로 이동이 편리하고, 수도 프라하는 거주자 4명 중 1명이 외국인일 정도로 많아 영어가 잘 통한다고 한다. 그는 청년 세대가 양국 관계에 중요한 뼈대가 된다며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한국의 젊은 분들을 위해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2005년)’을 이을 새로운 작품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체코 영화 산업에는 훌륭한 인재가 많습니다. 문을 두드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얀차렉 대사는 “체코인은 유머를 좋아한다”며 풍자 소설 ‘훌륭한 병사 슈베이크’를 추천했다. 기자 출신 작가 야로슬라프 하셰크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경험을 반전(反戰)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작품이다. 엉뚱한 성격의 주인공 슈베이크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겪은 각종 일화가 총 3부작의 소설에 담겼다. 특히 저자의 재치가 돋보이는 삽화 170여 점이 수록돼 재미를 더한다. 출간 이후 54개국에서 번역됐고 독일의 세계적인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이 작품을 연극으로도 각색했다. 체코 문화부의 번역 지원을 받아 한국에서는 지난해 출간됐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