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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추석 열대야, 진주-곡성 낮최고 38도…“20일부터 다소 완화”

입력 | 2024-09-18 14:46:00


15일 오후 여의도 물빛광장에 시민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직장인 이모 씨(32)는 이번 추석 연휴에 늦더위 때문에 매년 하던 전 부치기가 2배로 더 힘들었다. 이 씨는 “에어컨 온도를 24도로 설정해도 불판 열기 때문에 시원하지 않아서 22도로 낮춰 겨우 버텼다”며 “평소에는 전을 부쳐서 차례를 지내기 전까지 방 안에 뒀는데 이번 추석엔 날이 너무 더워서 처음으로 냉장고에 보관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성묘를 하러 가서도 원래 가족들과 함께 과일도 깎아먹고 앉아있다가 오는데 이번에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절만 하고 바로 귀가했다”고 했다.

올해 추석에 이례적으로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때아닌 폭염으로 전국 곳곳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기상청은 20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 뒤 늦더위가 한풀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추석 당일인 17일 전국 곳곳에서 찜통더위가 이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경남 진주시와 전남 곡성군의 낮 최고기온이 38.0도까지 올라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경북 김천시·경기 양평군(37.9도), 전남 구례군(37.6도), 경남 김해시(37.3도) 등에서도 35도가 넘어 무더웠다.

서울 등 전국 곳곳에선 사상 처음으로 추석 연휴 기간에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가 나타났다. 17일 밤~18일 새벽 사이 최저기온은 여수 27.8, 청주 27.7, 서귀포 27.6, 서울 26.5도 등이었다. 그 전날인 16일 밤~17일 새벽 사이에도 최저기온이 제주 27.3, 목포 26.8, 전주 26.6, 서울 25.8 등을 기록했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의 원인이었던 티베트 고기압이 여전히 한반도 상공에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중국으로 향하는 태풍의 덥고 습한 공기가 영향을 미치면서 더위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무더위에 전국 곳곳에선 온열질환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14일 전남 장흥군에서 벌초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던 30대 남성이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프로야구 경기를 보던 10대 청소년 1명이 어지럼증 등의 온열질환 증상을 호소해서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외에도 관중 42명이 온열질환 증상을 보여 현장에서 조치를 받았다. 결국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8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었던 경기 3건의 시작 시간을 오후 5시로 변경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16일까지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총 3599명이고 이중 사망자는 33명으로 집계됐다.

늦더위는 이번 주말부터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19일까지 최고 체감온도가 33~35도(경기남부·충청권·남부지방은 35도 이상)으로 매우 무덥겠다”며 “20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면서 폭염특보는 점차 완화되거나 해제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20일 수도권과 강원도, 남해안, 지리산 부근을 중심으로 시간당 30mm 이상의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21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25도, 22~28일엔 27~28도로 예보됐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