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P와 함께 춤을’ 연습 현장 피나가 이끈 무용단 취재해 구성 “과거-미래 대화해야 현재와 공존” LG아트센터 서울서 28일부터 공연
‘현대무용의 전설’ 피나 바우슈의 춤이 계승되는 방식을 탐구한 연극 ‘P와 함께 춤을’은 대사와 몸짓을 통해 ‘전통’이 가져야 할 목적과 가치를 이야기한다. LG아트센터 제공
“나는 ‘탄츠(tanz·무용을 뜻하는 독일어)’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막연한 동경, 기대감을 가졌을 뿐. 그러나 2024년 9월, 나는 말과 몸부림으로 탄츠를 구현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비어 있는 무대, 의자 여섯 개와 스탠드 마이크 하나가 놓였다. 릴데크(아날로그 오디오 장치의 일종) 위 테이프가 돌면서 간간이 기계 음성이 흘러나온다. 한쪽 발목을 빙글빙글 돌리다가 위태롭게 발끝으로 버티고 선 등장인물이 말한다. “피나의 이름 뒤에 아직도 전설처럼 남아 있는 이야기들, 나는 부스러기라도 그것을 만지고 맛보고 싶었다.”
‘현대 무용의 전설’ 피나 바우슈(1940∼2009)를 통해 과거와 현재 사이 전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하는 연극 ‘P와 함께 춤을’ 연습 현장을 11일 찾았다. 피나는 과거 독일의 무용단 ‘부퍼탈 탄츠테아터’를 이끌면서 현대 무용계에 혁명을 일으킨 안무가 겸 무용수. 타계 후에도 전 세계에서 계승되고 있는 그의 춤맥을 탐구한 작품이 2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된다.
작품은 원형 그대로의 전승과 ‘창조적 파괴’ 사이에서 전통이 맞춰야 할 균형에 주목한다. 제47회 동아연극상에서 새개념연극상을 수상한 이경성 연출가가 작품을 연출했다.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단순히 피나를 숭앙하는 연극은 아니다. 1∼3세대 무용수들이 각자 과거의 것을 부정하면서 새로움을 추구하던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이어 “과거와 미래가 대화해야만 전통이 현재와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을 작품에 녹여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균형감은 대사와 움직임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된다. 춤의 기본이 되는 ‘땅 밀기’ 동작을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무용가 정재필은 천천히 한 발로 땅을 밀어 무게 중심을 옮긴 뒤 휘청대지만 다시 중심을 찾고 일어선다. 이에 배우 나경민은 “머물고 싶은 마음과 떠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이 자신과 세상 사이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행위”라고 덧붙인다.
피나에 대해 친숙지 않은 관객을 위해 챗봇이 등장한다. 챗GPT로 만들어진 ‘피나봇’은 등장인물 간 대화에 개입해 피나의 일생과 작품에 얽힌 정보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이 연출가는 “피나봇이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상징적인 안무를 말로 묘사하면 출연진이 몸으로 풀어내도록 해 이해를 높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