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과열 이용 수강생 모집 “무인도 개발” 허위로 돈 가로채 1~6월 경매 물건 5만건, 3년새 최대 경매 관심 늘며 사기 급증 가능성
50대 중반 박모 씨는 ‘아마추어는 모르는 투자 위험 요소’라는 제목의 유튜브 동영상 등을 시청한 뒤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생겨 경매학원에 등록했다. 석 달 수강료 130만 원을 낸 박 씨는 수업 도중 학원 대표 A 씨로부터 “개발이 예정된 작약도(芍藥島)라는 무인도에 투자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학원 측은 “쓰레기 재생 발전소를 만들어 연간 100억 원 수익을 낼 계획”이라며 “인천시가 136억 원을 준비했고 해양수산부도 대기 중”이라고 적극 홍보했다.
이를 믿은 박 씨를 비롯한 수강생 103명은 1인당 약 6000만 원씩 학원 측에 투자금을 입금했다. 그러나 수강생들은 개발 계획이 전혀 없고, 관련 기관과의 협업도 허위였다는 사실을 올해 7월 알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관련 민원을 접수해 지난달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 유튜브로 꼬신 뒤 투자금 가로채
경남 김해시에 본점을 둔 B경매학원의 수강생 C 씨(33)도 비슷한 수법의 사기를 당했다. 학원 측은 수업 도중 “1년만 돈을 우리에게 맡겨 놓으면 아무 신경을 안 써도 수 배로 늘린 다음 25% 수익금을 배분해 주겠다”고 수강생들에게 공동 투자를 권유했다. 이에 C 씨는 올여름 60여 명과 함께 부산 지역의 한 상가에 7200만 원(1인당)을 투자했다. 하지만 상가가 팔리지 않아 수익금을 전혀 배분받지 못한 상태다.
수강생들은 대부분 유튜브에서 경매학원들이 제작한 부동산 투자 관련 동영상을 보고 강의를 수강했다. 이런 채널들은 주로 ‘기회는 움직이는 자에게 온다’ ‘경매를 제대로 배워야 속지 않고 돈을 번다’ 등의 자극적인 제목을 앞세워 일확천금의 기회가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특히 유튜브 채널을 보고 등록하면 수강료를 깎아주는 등의 마케팅으로 수강생을 모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 경매 관심 늘며 피해 커질 가능성
심지어 공인중개사인 D 씨(62)도 이에 속아 경매학원에 등록하고, 공동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40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한다. D 씨 역시 유튜브를 통해 집 근처 경매학원을 알게 됐고, 경매를 더 배워 자산을 늘려 보겠다는 목표로 수업을 들었다. D 씨는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업에서 ‘학원에서 엄선한 매물에 공동 투자를 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세뇌가 됐다”며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는 일반인들은 더욱 당하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 사건에 대해 올 6월경부터 수사를 진행 중이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