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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불편 없도록 집 구조 리모델링”

입력 | 2024-09-19 03:00:00

서울시, 장애인 가구 ‘집수리’ 지원
10월까지 100가구 대상으로 진행
“화장실 문 넓히고 세면대 높이 조절
문턱 없애고 전등은 리모컨으로 작동”



서울시가 지원해 리모델링을 한 박득구 씨의 서울 강서구 아파트 화장실. 서울시는 장애인 가구 100곳의 집수리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화장실 문이 좁아서 들어갈 때도 불편하고 아이를 씻길 때도 불편함이 있었는데, 훨씬 편해졌습니다.”

12일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박득구 씨(58)가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집을 안내하며 이렇게 말했다. 뇌병변을 앓고 있는 딸을 둔 박 씨는 서울시가 장애 유형에 맞춰 화장실, 침실, 현관 등을 개조하는 ‘장애인 집수리 사업’ 지원을 받았다. 박 씨는 “딸아이를 운동시키기 위해 집에선 휠체어에서 내려서 기어서 다니도록 하는데, 문턱에 팔꿈치나 발등이 긁혀서 마음이 아팠다”며 “문턱을 없애고 전등 스위치도 리모컨으로 바뀌어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 장애인 요구 들어 맞춤형 집 수리

서울시는 장애인이 살고 있는 주택의 집수리를 지원한다고 18일 밝혔다. 일반 주택에서 거주하는 장애인은 문턱이나 단차 때문에 넘어지거나 싱크대, 세면대 높이가 맞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시작됐다. 올해 3월 중 집수리가 필요한 곳을 모집한 뒤 7월부터 순차적으로 리모델링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음 달까지 가구당 평균 400만 원 정도를 투입해 주거 편의를 위한 소규모 집수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중증 뇌병변을 앓고 있는 박 씨의 딸 희영 씨(23)는 미숙아로 태어났다. 출생 직후에 인큐베이터에 들어갔고, 돌 무렵에는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해 밖에서는 휠체어를 주로 이용하지만 집 안에서는 보통 기어서 다니며 근력 키우는 연습을 한다. 이 때문에 집 곳곳에 있는 문턱이나 좁은 화장실 문, 높은 전등 스위치 등은 박 씨 가족에게 불편한 점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집수리를 받으며 거주 만족도가 크게 올랐다. 기존의 좁았던 화장실 문 벽을 잘라내 출입문을 10cm 이상 넓혔다. 화장실 안에 있던 욕조도 들어내 움직일 공간을 확보해 불편함이 크게 줄었다. 또 집 안에 빨래를 널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고려해 천장형 전동 빨래 건조대를 설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애 당사자가 휠체어를 사용해 혼자 거동하기가 불편하다는 점을 고려해 시공을 진행했다”며 “650만 원 정도를 투입해 욕실 전체를 리모델링하고 안방 등 교체와 문턱 제거 등의 지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 24시간 돌봄시설 등 장애인 지원 강화

올해 지원 대상은 기준 중위소득(올해 3인 가구 기준 약 387만 원) 65% 이하 저소득 장애인 100가구다. 세 들어 사는 가구는 주택 소유주가 집수리 이후 1년 이상 거주에 동의해야 한다. 중위소득 50∼65% 구간 저소득 장애인 가구도 신청할 수 있으나 개조비의 30%를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시는 이 사업 외에도 장애인 지원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2028년부터 중증 뇌병변 장애인 전용 24시간 돌봄시설을 확충해 부모나 보호자가 걱정 없이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두 곳에서 도전 행동이 심한 발달장애인의 행동 유형이나 빈도를 파악해 당사자와 가족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인공지능(AI) 행동 분석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는 등 장애 당사자와 가족에 대한 지원과 개입이 적절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