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취임 페제슈키안 첫 내외신 회견 “히잡 단속, 더는 여성 안 괴롭힐것”… 도덕경찰 활동 축소 공약 이행 강조 러시아에 미사일 대거 판매 의혹엔… “현 정권서 벌어진 일 아냐” 즉답 피해
올 7월 취임한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이 16일 수도 테헤란에서 첫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을 ‘형제’라 부르며 서방과의 핵합의 복원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히잡 의문사’ 2주년을 맞은 이날 히잡 착용 단속을 완화할 뜻도 밝혔다. 테헤란=신화 뉴시스
“도덕 경찰이 더 이상 여성을 괴롭히지 않도록 하겠다.”
올 7월 취임한 ‘유화파’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이 ‘히잡 의문사’ 2주년을 맞는 16일 수도 테헤란에서 첫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선 때부터 히잡 미착용을 단속하는 이른바 ‘도덕 경찰’의 활동 축소를 공약한 그는 이날도 “이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상당수 여성 언론인 또한 평소와 달리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했다고 BBC는 전했다.
특히 그는 2015년 이란과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이 체결했지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행정부가 폐기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복원할 뜻을 강조하며 미국을 ‘형제(brother)’라고 칭했다. 대표적인 반미 국가인 이란의 대통령이 미국을 ‘형제’라고 부르며 대화 의지를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2022년 9월 13일 당시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사 아미니는 쿠르디스탄주 사케즈에서 테헤란으로 향하던 중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연행됐다. 사흘 후 그가 의문사하자 전국적 반(反)정부 시위가 발발했다.
같은 해 연말까지 이어진 시위로 약 580명이 숨지자 이란 당국은 도덕 경찰 활동을 잠시 중단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단속을 재개했다.
석 달 후 테헤란 지하철에서는 17세 여고생 아르미타 게라반드가 역시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경찰에 폭행당해 숨졌다. 지난달에도 히잡을 쓰지 않은 채 운전하던 31세 여성 아레주 바드리가 경찰 총격으로 하반신 마비 위험에 처했다.
● “美도 형제, 핵합의 복원 의지”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미국과 직접 대화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는 트럼프 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파기한 핵합의에 대해 “올 11월 미 대선의 승자가 누가 되든 미국 또한 핵합의 복원을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 우리 역시 대화에 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적대감을 내려놓으라”며 “우리는 형제”라고 밝혔다.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집권 전부터 핵합의 복원을 강조했다. 또 2015년 서방과의 핵합의 타결 시 실무를 주도했던 아바스 아라그치를 신임 외교장관으로 발탁했다. 이란은 현재 유럽연합(EU)과도 핵합의 복원을 위한 별도 논의를 추진하고 있다. 양측이 22, 23일 양일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회담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는 이란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될 탄도미사일을 대거 판매했다는 의혹에는 “현 정권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