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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發 ‘원전 르네상스’… 2050년 전세계 1000기 가동

입력 | 2024-09-19 03:00:00

현재 가동 439기… 2배이상 늘어
K원전 기회… 尹, 오늘 체코 방문




2050년 전 세계에서 가동되는 원자력발전소가 최대 1000기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산업 발달로 글로벌 각국의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최근 부활 기미를 보이는 국내 원전 업계에도 큰 수출 시장이 열린 것이다. 원전 업계는 체코에 이어 폴란드와 영국 등에 원전 수출을 추진하며 글로벌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

18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앞으로 원전 산업이 ‘고(高)성장’한다면 2050년 전 세계 원전 발전용량은 890GWe(기가와트일렉트릭)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 439기의 발전용량이 395GWe인 것을 감안하면 2050년까지 최대 550기의 원전이 추가로 건설되는 셈이다. 이미 지난달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건설을 검토 중인 원전은 344기에 달한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내 원전 업계는 해외 원전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부터 22일까지 2박 4일간 체코를 공식 방문한다. 24조 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신규 건설 사업이 최종 계약까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한-체코 간 원전 동맹을 구축하겠다는 게 이번 방문의 핵심 목표다. 민관 연합의 ‘팀코리아’는 폴란드와 영국,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의 원전 건설 수주에도 나설 계획이다.

업계에선 앞으로 신규 원전 시장이 기존 대형 원전보다 발전 용량과 크기를 줄인 소형모듈원전(SMR)으로 재편되는 만큼 SMR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차세대 SMR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신속하게 관련 규정이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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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원전 2기를 새로 건설하게 될 체코 두코바니 원전 단지 모습. 두코바니=AP 뉴시스

“원자력발전소 내 A구역 작업자는 유지 보수 업무 시 안전에 유의해 주세요.”

작업자가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안내 음성이 나온다. 중앙 통제실에선 작업자의 몸에 부착된 카메라로 360도를 살펴보며 실시간으로 주의사항도 전달한다. 현재 원전에선 중앙 통제실과 현장 작업자 간의 소통은 별도의 장소에 마련된 유선 전화를 통해서만 가능한데, 무선 통신을 도입하면 전혀 다른 업무 환경이 펼쳐진다.

12일 찾은 경기 광명시 일신EDI 연구실에서 확인한 ‘원전 전용 무선통신 시스템’이 가져올 미래 원전의 모습 중 하나다. 이 시스템은 2020년부터 한국수력원자력과 일신EDI가 공동 연구해 지난해 말 개발했다. 시스템 개발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운영사 ‘나와(Nawah)’부터 미국 전력연구원(EPRI)까지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 안혁태 일신EDI 대표는 “고온, 고압, 내방사선, 내진 등 극한 상황에 맞춘 모든 규격을 통과했다”며 “해외에서 운영 중인 원전은 물론이고 향후 예정된 신규 원전도 시스템 수출을 논의 중인 곳이 여럿”이라고 말했다.

올 7월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해외 원전 수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수년간 침체됐던 전 세계 원전 시장이 향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2030년 10기 원전 수출’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목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 K원전 르네상스… 미국, 동남아 수출 가능성↑

18일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전은 총 64기다. 88기는 건설 계획이 확정됐고, 344기는 신설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한국이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유럽에서도 영국(2기), 스웨덴(2기), 폴란드(3기) 등이 원전 건설을 확정했고 미국도 향후 원전 13기의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불었던 세계적인 ‘탈원전’ 바람은 다시 ‘탈탈원전’으로 돌아서고 있다. 인공지능(AI) 붐으로 전력 수요가 급등하면서 값싼 가격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고 탄소 배출량까지 적은 유일한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이 부상했기 때문이다.

국내 원전 업계에선 신규 원전뿐만 아니라 원전에 들어가는 발전기 등 핵심설비 수출 역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등 기존 원자력 발전 선진국들은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공급망이 붕괴돼 원전 기기 제조 역량이 부족하다. 대신증권은 ‘원자력 밸류체인 재건과 한국 원자력의 수혜’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한국은 노형 수출에서는 경쟁 관계이지만 주기기 및 보조기기 제조에서는 협력 관계”라며 “매년 3∼5기의 원전이 추가로 필요한 미국이 한국의 고객사가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 “적기 시공능력으로 글로벌 원전 시장 선점”

유럽뿐만 아니라 원전에 소극적이던 동남아시아로의 원전 수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태국 정부는 이달 공표하는 국가에너지계획(2024∼2037년)에 소형모듈원전(SMR) 도입을 포함할 계획이다. 이미 후보지 선정을 위해 관계 기관이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도 2030년대 초 원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K원전 르네상스’가 도래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 이미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정해진 예산으로 적기 시공)’ 능력으로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다만 앞으로 전 세계 원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원전 산업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호 서울대 원자력미래기술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원전 운영, 건설, 설계, 후행주기 등 전(全)주기적 경쟁력이 필요하고 이를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 인력, 교육체계 등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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