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성과보고회 및 3기 출범식에서 회의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개혁에는 저항이 따르고, 지금 곳곳에서 반개혁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3일 국민통합위원회 성과보고회에 참석해 “연금, 의료, 교육, 노동 4대 개혁은 정부의 실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풀어내기 위해서”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카르텔들이 서로 손잡고 개혁에 나서는 길을 가로막기도 한다”면서 “개혁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연금, 교육, 노동 3대 개혁을 핵심 국정 과제로 제시했지만 임기 절반이 되도록 어느 것 하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연금개혁은 정부가 지난 국회 때 여야 합의안을 무산시킨 후 최근에야 기금 고갈 시기를 16년 늦추는, 효과가 미미한 개혁안을 내놓았다. 노동개혁은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이 ‘주 69시간’ 역풍을 맞은 뒤로 사실상 멈춰 선 상태이고, 교육개혁은 ‘사교육 카르텔 혁파’를 한다면서 공교육 구조개혁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개혁다운 개혁이 진행되지 않는데 무슨 저항이 있다는 건가.
4대 개혁 중 유일하게 속도를 내는 분야가 의료다. ‘반개혁 카르텔’도 의사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집단 사직한 후 의료 위기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의사들의 반발을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할 수만은 없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의료개혁 선결 과제로 필수의료 원가 보상과 ‘빅5’ 병원 환자 쏠림 해소를 제시해 왔다. 그런데 재정적 정치적 부담이 큰 과제들은 제쳐두고 갑자기 의대 증원을 밀어붙였다. 구체적인 선결 과제 이행 계획을 내놓고 절차를 밟아 증원했더라면 의사들 저항이 이렇게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