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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총리 부인, 800만원 넘는 옷 선물 받고 ‘늑장신고’ 논란

입력 | 2024-09-19 19:34:00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자산가인 노동당 상원의원에게서 800만 원이 넘는 부인 옷 등을 선물받고도 늑장 신고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스타머 총리 측은 “규정 위반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정부가 고령층 난방비 삭감 등을 추진하는 와중에 고가 선물을 받은 게 드러나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18일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7월 총선 전후에 미디어 기업가 출신인 와히드 알리 상원의원에게 받은 선물 중 일부를 이달 10일에 신고했다. 영국 의회 규정에 따르면 하원의원은 선물을 받으면 28일 내로 의회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당시 하원의원이던 스타머 총리는 규정대로라면 2개월 가까이 신고가 늦은 셈이다. 게다가 알리 의원의 선물 중엔 총리 부인인 빅토리아 여사를 위한 약 5000파운드(약 870만 원)짜리 의상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선물 등의 신고는 영국 의원들이 준수해야 할 행동강령이지만 법적인 근거는 없다. 스타머 총리는 늑장 신고를 인정하면서도 “투명성 문제는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총리실도 “관계 기관에 조언을 구한 뒤 신고가 이뤄져 규정을 준수했다고 믿었다”고 해명했다.

스타머 총리가 그간 ‘너무 많은’ 선물과 기부금을 받았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2020년 4월 노동당 대표 취임 전후로 영국 국회의원 중 가장 많은 선물과 기부금을 받았다. 그는 2019년 12월부터 선물과 혜택, 접대 등의 명목으로 10만7000파운드를 신고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2위인 루시 포웰 노동당 원내대표(4만 파운드)의 약 2.5배에 이른다.

스타머 총리가 신고한 선물 내역도 문제가 됐다. 1만6000파운드 상당의 의류와 약 4만 파운드에 이르는 축구 경기 및 콘서트 티켓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총리 측은 “세부적인 기부 내용까지 지적하는 건 지나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장관도 “총리실엔 의복 예산이 따로 없다”며 “국민에게 최상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정치적 기부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총리를 감쌌다.

보수당은 “총리는 이전에도 의회 규칙을 어긴 적이 있다”며 의회 당국의 전면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실제로 스타머 총리는 2022년에도 축구 경기 티켓 등의 선물을 늑장 신고해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