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 더해 모건스탠리 비관론 확산 -업계 “지난해 같은 혹한기는 오기 어려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5일 SK하이닉스 주요 경영진과 함께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2024.8.5/뉴스1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부 메모리 업황 지표도 위기론에 가세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업황 회복과 함께 약 1년간 오르던 D램 가격 지표가 상승세를 멈추고 소폭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날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의 8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2.38% 내린 2.05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하락을 마지막으로 반등한 지 1년 만에 다시 하락 반전한 것이다.
여기에 투자 업계의 연이은 ‘고점론’이 위기론에 불을 지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고점에 대비(Preparing for a Peak)’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 매출 증가율이 올 3분기(7~9월) 고점을 기록하고, 4분기(10~12월)부터는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서 이달 15일에는 ‘겨울이 닥친다(Winter looms)’ 보고서를 통해 재차 메모리 시황 악화를 전망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각각 27%, 54% 대폭 하향 조정했다.
우선 AI 수요와 관련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경우 선주문 형태로 생산하는 만큼 업계에선 이미 내년 물량까지 다 판매 완료된 상태임을 공식화했다. 또 모건 스탠리가 글로벌 빅테크들의 서버 투자 확대 움직임을 과소 평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최근 2분기(4~6월) 실적 발표와 함께 내년에도 자본지출(CAPEX) 규모를 늘리며 AI 서버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대비 성장세가 다소 둔화될 수는 있지만 현재의 AI 시장 확대 흐름이 급격히 위축되긴 어렵다는 것이다.
범용 D램 부진 전망의 원인으로 꼽힌 PC·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제품 수요의 경우 속도는 더디지만 회복 신호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하며 3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도체 혹한기가 오려면 수요 둔화와 맞물려 공급 과잉이 있어야 하는데 2020~2021년과 같은 과잉 공급 움직임도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범용 D램의 경우 업체별로 필수 투자만 진행되고 있다. PC와 스마트폰 수요가 회복되기 전까진 업체들의 재고 보유 상황에 따라 일시적인 부침은 있을 수 있지만 지난해처럼 공급 과잉에 따른 반도체 혹한기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