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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칼럼]진실과 자유의 가치를 모르는 정치인들

입력 | 2024-09-19 23:21:00

사회와 국가는 진실·자유 기반 위에 존립
지난 정부, 통계 조작으로 진실 가치 훼손
개인 사당화된 민주당, 양심의 자유 위협
공존 사회 건설 가로막는 병폐 치유해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어느 나라에서나 정권이 바뀌면 민심의 변화도 뒤따른다. 정당과 정권이 함께 교체될 때는 국민 의식과 가치관에도 변화가 생긴다. 윤석열 정권의 경우가 그랬다. 그는 전 정부 공직에서 쫓겨났고 국민의힘도 그를 반기는 편이 아니었다. 근소한 득표 차이였다고 하나, 윤 대통령 당선은 문재인 정권의 실정이 큰 원인이었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선언하고 나섰다. 헌법 수호와 발전이 주어진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유의 가치’를 호소했다. 그런데 이상한 아이러니가 생겼다.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에서는 자유국가의 방향과 가치를 인정하는데 국내에서는 항상 듣던 정치 구호의 하나로 느낀다.

무엇이 그 원인이었는가. 우리가 모두 좁은 연못 속에 살면서 넓은 세계를 보지 못했다. 역사의 강물 속에서 주어진 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역사의식을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고 갖추어야 할 역사의식과 가치관이 부족했다.

인간은 개인, 사회와 더불어 두 거대한 정신사적 흐름과 함께 역사의 강을 계승해 왔다. 그 하나는 이성(理性)적 판단에 따르는 진실(眞實)의 가치고, 또 하나는 양심(良心)의 선택과 가치를 주관하는 자유와 그 창조성이다. 이성과 양심을 갖추지 못하면 인간다운 삶을 영유할 수 없고, 그 사회역사적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면 사회와 국가는 존속하지 못한다. 인간의 본질과 사회적 질서가 그 기반 위에 존립(存立)하는 까닭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했는가. 큰 희망과 기대를 안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 동안 정부는 진실과 정직의 가치를 스스로 포기했다. 대통령과 정부의 식견 부족, 이중성은 국민을 치유할 수 없는 분열과 정의의 가치 혼란에 빠트렸다. 문 정부는 정부 업적을 포장하기 위해 국가 통계까지 조작했는가 하면 외교와 국방 정책은 주어진 목표와 의무까지 유지하지 못했다.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 동포를 외면하고 북한 정권과 동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민생과 경제의 성장까지 침체시켰다. 진실과 정의의 정신과 질서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을 만들었다.

그 뒤를 이어받은 이재명의 민주당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민보다는 정권에 신경 쓰는 민주당은, 정치의 선결 목적을 개인의 복권(復權)과 집권에 전념하고 있다. 민주당은 분열되고 국민을 배신하고 있다. 지금은 문 정권의 비리와 잘못까지 불식시키기 위해 양식 있는 야당 지도부까지 성토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폭력이다. 폭력은 자유의 적이다.

윤 정권 출범 시부터 탄핵을 거론하면서 심지어는 문 정권 때부터 들먹이던 계엄령 여부까지 여론화시키고 있다. 당 내부는 물론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은 이재명과 개딸들이 주도하는 민주당을 걱정한다.

국회 여야 의원들은 민생(民生)을 위해서라고 떠든다. 경제적 민생보다 소중한 삶의 가치로서의 정신적 민생은 누가 책임지는가. 정치는 현재를 위한 과업이 아니다. 민족과 국가의 장래, 이상을 위한 인간다운 삶의 가치와 질서 창출에 그 과업이 있다. 오늘은 내일을 위해 필요하듯이 현재는 정신적 미래를 정립해야 민생이 궤도에 오른다. 더 이상 정신적 가치와 질서를 역행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국회 상황을 30년 후에 국민에게 공개해 보라. 어떤 역사적 평가를 하겠는가.

현재와 같은 폭력정치는 자신들과 국민 양심의 자유를 거부하는 것이다. 양심의 자유와 판단을 상실하게 되면 사회적 선악 관념이 사라진다. 북한이 그 역사적 과오를 범했다. 자유는 모든 국민의 양심적 판단과 선택에 따르는 선한 가치의 창출 구현이다. 자유 민주국가들이 3000년 동안 추구해 온 역사적 유산이다. 그 세계사적 방향은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열린 사회 건설이다. 21세기에 주어진 정신사의 과업이 되었다. 선진 국가들은 좌파 세력과 극우 정치가 ‘미래지향적 진보’와 ‘열린 보수’를 지향하는 인류 공존의 가치와 질서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세계사적 과업을 주도할 정신 사회적 가치가 진실과 자유다. 진실의 상실은 후대(後代)가 바로잡을 수 있으나 폭력의 상흔은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

지금 민주당은 그런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그 잘못을 시정하지 않으면 당의 병폐를 치유하지 못하며 국민의 불신은 가중될 뿐이다. 국민의 애국적인 희망을 배신해서는 안 된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