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경 산업2부 기자
이달 초 60대 남성이 경차를 몰아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사옥 입구를 들이받았다. 남성은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며칠 후 알려진 사건의 배경에는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 60대 남성은 현대건설이 수주한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 관계자였다. 그는 현대건설이 최근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만든 홍보자료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불씨가 된 건 한남3, 4구역 사이에 있는 왕복 2차로 도로였다. 한남4구역 공사가 시작되면 이 도로를 사용할 수 없어 임시 우회도로를 만들어야 한다. 현대건설은 홍보자료를 통해 임시 도로를 내는 대신 한남3구역 내 도로를 사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불만을 표출한 방식은 선을 한참 넘어 용서받을 수 없지만, 그가 왜 화가 났는지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옆 동네 사람들에게 거액의 이익을 보장해 주려고 우리 동네 앞마당을 내어주는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이권을 둘러싼 다툼은 꽤 자주 벌어지는 일이다. 이해관계자가 많을수록, 또 이권이 클수록 갈등의 빈도와 강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달 말이면 1기 신도시 선도지구 공모 접수가 시작된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 조성한 신도시를 30여 년 만에 정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정부는 통합 재건축을 유도하기 위해 용적률 완화 등 각종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여러 단지가 함께 재건축을 해야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고, 무엇보다 속도가 빨라질 수 있어서다. ‘도심 주택 공급’에 사활을 건 정부로서는 통합 재건축은 결코 버릴 수 없는 카드다.
통합 재건축은 실제 여러 장점이 많다. 우선 인접한 단지가 따로 각자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보다 더 넓은 부지를 활용할 수 있다. 땅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사업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개별 재건축에 비해 공사비를 11% 절감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하나 있는 약점이 너무 치명적이다. 이해관계자가 늘어난 만큼 언제 어디서 갈등이 터져 나올지 알 수 없다는 거다. 같은 단지 주민끼리도 갈라서는 일이 다반사인데, 옆 동네 사람들과 끝까지 의견을 함께하는 게 쉽지는 않다. 게다가 인근 상가 소유주들까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합의점을 찾기까지는 험난한 산을 넘어야 한다. 벌써부터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다 포기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지 않은가.
김호경 산업2부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