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KOICA 희망직업훈련학교 6·25 참전국 에티오피아에 설립 참전용사 손자들 “韓과 특별한 인연 학교서 배운 기술 이웃과 나누고파”
워쿠 타델레 씨(위쪽 사진 왼쪽)와 느웨이 실레시 씨가 지난달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LG-KOICA 희망직업훈련학교’에서 개교 10주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실레시 씨의 할아버지(왼쪽)가 6·25전쟁 참전 당시 동료와 찍은 사진이다. LG전자 제공
“한국은 제 인생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인 워쿠 타델레 씨(24)는 4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은 할아버지부터 시작해 지금까지도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타델레 씨의 할아버지는 6·25전쟁에 참전한 칵뉴 부대 출신이다. 칵뉴 부대는 당시 에티오피아 황제 직속 6000명 규모의 최정예로 꾸려져 6·25전쟁 중 250여 회 크고 작은 전투에 참여했으며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전설적인 부대로 유명하다.
타델레 씨 자신도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에티오피아 ‘LG-KOICA 희망직업훈련학교’에 2021년 6월 입학해 2년간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지난해부터 LG전자 중동·아프리카 지역본부에서 서비스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타델레 씨와 함께 지난해 희망직업훈련학교를 졸업한 느웨이 실레시(24) 씨도 할아버지가 칵뉴 부대 출신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할아버지의 희생에 감사하면서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실레시 씨는 졸업 후 모리셔스 공화국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드래건 일렉트로닉스에 취업했다.
두 사람 모두 “한국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전공 공부는 꿈도 못 꿨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희망직업훈련학교 입학 전 고향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내전이 벌어진 것이다. 타델레 씨는 “어떻게든 먹고살아 보겠다고 수도로 이주했는데 운이 좋게도 희망직업훈련학교에 대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배운 지식을 토대로 현지 취약계층을 위한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어렵게 배운 만큼 이웃과도 기술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레시 씨는 “장애인이나 노인들을 위한 복지 기관을 찾아 제가 직접 구입한 부품으로 세탁기 등 여러 기기들을 무상 수리해 줬다”면서 “또 공부에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에게는 교육 봉사를 하고 내가 받은 지원금을 주변 학생들과 나눠 쓰기도 했다”며 웃었다.
앞으로는 직업과 학업을 병행해 전공을 더 발전시킬 계획이다. 타델레 씨는 “여전히 배움에 대한 갈증이 있다”며 “다른 일반 대학처럼 4년, 5년 과정을 통해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