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이혼 인구가 급증하면서 결혼사진을 전문적으로 없애주는 분쇄 사업이 등장했다.
18일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은 중국 베이징 인근에 생긴 파쇄 전문 업체에 대해 소개했다. CNN은 “중국 커플들이 결혼사진을 파쇄하는 데 돈을 쓰는 이유를 알아보자”며 과정을 영상으로 소개했다.
이 업체 운영자 류웨이는 자신을 ‘러브스토리 영안실 운영자’라고 부른다. 그는 자신의 작업장에 대해 “수명을 다한 사진을 화장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결혼할 때 많은 돈을 들여 웨딩사진을 찍는 게 흔한데, 이혼하고 나면 사람 키만 한 결혼 액자가 골칫덩이로 전락한다. 쓰레기 분류 규칙이 엄격한 도시에서는 이런 사진을 버리는 것이 어렵고, 프라이버시도 문제가 된다. 게다가 중국에는 살아있는 사람의 사진을 태우는 것을 불운으로 여기는 미신도 있다.
중국의 이혼 건수는 2016부터 2020년까지 연간 400만 건을 넘어서는 등 높은 이혼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점을 류웨이는 ‘블루 오션’으로 전망했다. 류웨이는 틱톡 중국 버전인 더우인 홍보영상에서 “그냥 사진을 보내주세요. 그러면 우리가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완전히 사라지게 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다.
현재 사진 파괴는 류웨이 사업의 95% 이상을 차지하며, 이 중 80%는 웨딩사진이다.
작업자들은 먼저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얼굴을 비롯해 문신이나 피어싱 등 특정할 수 있는 부분에 스프레이를 뿌린다. 일부 고객은 원하는 스프레이 색상을 지정하거나 ‘부정을 막겠다’는 의미로 특정 무늬를 그릴 것을 요청한다.
이후 사진은 대형 파쇄기에 넣어 분쇄한다. 분쇄기를 통과할 수 없는 물건은 쇠망치로 완전히 깨부순다. 이렇게 나온 폐기물은 친환경 에너지 시설로 보낸다.
류웨이는 전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경쾌한 음악을 입힌 후 고객에게 보낸다. 비용은 적게는 장당 10위안(약 1800원)에서 많게는 100위안(약 1만 8000원)이 넘는다.
류웨이는 아크릴, 유리, 나무, 금속과 같은 내구성 있는 소재를 집에서는 처리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액자 위에서 밟거나 뛰어오르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더우인에서 1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일부 고객은 이런 분쇄 과정을 보면서 감정적인 치유를 받는다고 한다.
류웨이는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믿었던 어떤 물건들은 인생의 다른 단계에서 애물단지로 변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