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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계엄령 방지법’ 결국 발의 강행… 與 “음모론으로 법 만들어”

입력 | 2024-09-20 19:17:00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계엄선포 요건 강화를 골자로 한 서울의봄 4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선원, 김병주, 김민석 의원, 수어통역사, 부승찬 의원. 2024.9.20/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계엄령 선포 요건을 강화하는 이른바 ‘계엄 빙자 친위 쿠데타 방지법’(계엄령법, 국가배상법) 발의에 나섰다. 당내에서도 “계엄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의혹만을 토대로 본격적인 법 개정까지 나선 것. 국민의힘은 “음모론으로 법을 만드는 격”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전시 아니면 국회 사전 동의 받아야”

민주당 김민석, 김병주 최고위원과 국정원 제1차장 출신의 박선원 의원, 국방부 대변인 출신의 부승찬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데타적 계엄을 방지할 수 있는 법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며 “법 개정으로 국민 불안의 씨앗과 계엄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계엄 준비 음모 근원을 제거하기 위해 군기 문란 실무 핵심인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해임을 요구한다”고도 했다.

이들이 발의하는 계엄법 개정안은 전시가 아닌 경우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다. 또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더라도 72시간 내에 국회의 사후 동의를 얻도록 했으며, 계엄령 선포 중 국회의원이 현행법으로 구금되더라도 계엄 해제 의결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담았다. 국가배상법에는 국회의 계엄 해제 권한을 방해하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손해 배상 의무를 부과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두 개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표와 진성준 정책위의장 등 핵심 지도부와 내용을 공유해왔다”며 “민주당 역점 법안으로 당론화함과 동시에 (본회의) 통과를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18일 전당대회 과정에서 김병주 최고위원의 계엄 의혹 제기 이후 한 달 동안 공세를 이어왔다. 이 대표도 1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회담에서 “자꾸 계엄 얘기가 나온다”며 공개적으로 계엄령을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당내에서도 확실한 근거 없이 공포 정치를 확산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계엄 의혹을 계속 무리하게 끌고 가다간 자칫 김건희 특검법 등 주요 이슈가 묻힐 수 있다”며 “결정적인 증거 없이 장기화할수록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 與 “‘이재명 사법리스크 희석용” 반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왼쪽부터), 강선영,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9.3/뉴스1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날 자신들의 계엄법 개정안을 ‘서울의 봄’ 법이라고 소개한 것에 대해 “‘서울의 봄’이 아니라 ‘이재명의 봄’ 아니냐”며 반발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맞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의 봄’을 위한 ‘찐명’의 친위부대가 계엄을 빙자해 벌이는 쿠데타라는 것을 모를 국민이 없다”며 “민주당의 계엄선동은 이 대표의 재판 결과로 이어질 민주당 파산을 막고 윤석열 정부를 탄핵하기 위한 빌드업의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민주당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점을 문제 삼으며 “‘하나회, 알자회 이후 최초의 군내 사조직 모임이 발견됐고, 비밀리에 화합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누가 비밀리에 화합했다는 것이냐. 왜 누구인지 당당하게 언급은 못 하면서 중상모략을 하냐”고 따져물었다.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도 “단순 의혹 제기를 넘어 법 개정까지 공언하는 것은 음모론에 편승해 괴담 정치를 이어나가겠다는 선포와 다름없다”며 “곧 현실로 다가올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희석하기 위한 돌파구이자 초조함의 말로일 뿐”이라고 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