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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배상받지 못한 채…형제복지원 피해자 또 숨져

입력 | 2024-09-20 17:25:00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재판부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16명에게 총 45억3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24.01.31. 뉴시스



부산의 인권유린 시설 ‘형제복지원’의 피해자가 국가로부터 사과와 손해배상을 받지 못한 채 또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20일 부산 동부경찰서, 형제복지원사건 피해 생존자 모임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동구의 한 여관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서상열(64)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같은 여관에 살던 서씨의 지인은 서씨와 연락이 닿지 않으며 서씨의 방 문이 잠겨 있다고 업주에게 이야기했고, 업주가 경찰에 이같은 사실을 신고하면서 숨진 서씨가 발견됐다.

서씨는 1986년 부산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다 대합실에서 잠이 들었고, 이후 공안원 직원에 의해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서씨는 형제복지원을 나온 뒤에도 취업 어려움 등으로 인한 생활고를 겪었고, 평소 형제복지원에서 당한 구타와 가혹 행위 등으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배상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가 숨지는 일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형제복지원의 또 다른 피해자 김대우씨가 지병으로 인해 향년 53세의 나이로 숨졌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서울중앙지법, 부산지방법원은 각각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특히 올 2월 부산지법은 김씨를 포함한 형제복지원 피해자 70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고, 정부와 부산시가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러한 1심 판결에 대해 정부는 항소한 상태다.

부산 북구에 있었던 형제복지원은 1975년 박정희 정권이 부랑인 단속 및 수용을 위해 제정한 내무부 훈령 410조에 의해 만들어진 시설이다.

1992년까지 운영된 형제복지원은 1960년 감만동 형제육아원으로 맨 처음 문을 열었다. 부산시와 ‘부랑인 수용보호 위탁계약’을 체결한 1975년부터 명칭을 형제복지원으로 변경했으며 1986년까지 입소자는 총 3만8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자 수는 기존에 알려진 552명보다 100여 명 늘어난 657명으로 집계됐다.

[부산=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