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만 유로(약 18억 원)에 낙찰된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금화. 스택스보워스(Stack‘s Bowers) 홈페이지 캡처
평생 모아온 동전을 100년간 팔지 말라는 선조의 유언을 지킨 후손들이 약 200억 원을 얻게 됐다.
18일(현지시간) CNN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923년 사망한 덴마크 거물 수집가 라스 에밀 브룬의 동전 수집품 2만 점 가운데 첫 번째 세트가 지난 14일부터 4일간 코펜하겐에서 열린 경매에 등장했다. 8시간에 걸친 입찰 끝에 동전 286개가 총 1482만 유로(약 221억 원)에 낙찰됐다.
낙찰된 동전은 15세기 후반부터의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 금화와 은화 등이다.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금화는 120만 유로(약 18억 원)에 낙찰됐다.
17세기 노르웨이의 프레데릭 국왕을 기념하는 동전이 43만 유로(약 6억 원)에 낙찰됐다. 스택스보워스(Stack‘s Bowers) 홈페이지 캡처
그는 생전 덴마크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화가 나거나 불안감을 느낄 때 동전을 살펴보고 동전이 제시하는 미해결 문제를 반복해서 연구하면 마음이 진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브룬은 1차 세계대전을 겪은 뒤 덴마크 왕립박물관 소장품도 잿더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자신의 소장품이 대체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유언장에 “덴마크 국가 소장품이 파괴될 경우를 대비해 내가 60년 넘게 축적한 동전 등을 비상으로 보관해야 한다. 100년 후 모든 일이 순조롭다면 팔아도 좋다. 후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남겼다.
후손들은 유언에 따라 100년간 동전들을 간직했다. 그간 보관 장소도 외부에 알리지 않을 만큼 귀중하게 보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매업체 스택스보워스(Stack‘s Bowers)에서 판매를 감독하는 전문 화폐학자 마이클 포르니츠는 “브룬의 동전 컬렉션은 100년간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보관됐다”고 말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