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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사비 대납’ 강요까지… 용산 졸속 이전이 부른 복마전

입력 | 2024-09-20 23:30:00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입주가 임박한 가운데 서울 중구 남산 포토 아일랜드에서 보이는 대통령 관저의 모습.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대통령경호처 간부 정모 씨가 2022년 5, 6월 경호처장 공관 보수 공사를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별도의 계약 절차 없이 A 씨에게 맡기고 공사비를 또 다른 사업자 김모 씨에게 대납시킨 혐의 등으로 구속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영장에 따르면 김 씨는 정 씨와 친분이 있어 16억3000만 원짜리 대통령 집무실 방탄창호 공사를 맡았던 사업자로, 정 씨가 공사 하자를 트집 잡아 경호처장 공관 보수 공사비 지급을 강요하자 1억7600만 원을 대납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김 씨가 대통령 집무실 방탄창호 공사 비용을 5배 이상 부풀린 견적서를 내고도 공사를 맡았다”며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맡긴 정 씨와 공사를 따낸 김 씨를 함께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검찰 조사 결과 정 씨는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공사, 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 사저 공사 등을 김 씨에게 맡기고 공사 대금을 1억 원가량 편취하고 뇌물로 7000만 원가량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 씨는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실 이전 일정이 촉박해 불가피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경호처장 공관 공사는 시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면 왜 정 씨가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도 않는 대납을 요구했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대통령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고 장담해 놓고선 여의치 않자 갑자기 용산으로 바꿨다. 또 500억 원이면 이전이 완료될 것처럼 말했으나 지난해까지 140억 원이 추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씨 개인의 잘못 외에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취임 일정에 맞춰 공사를 추진하다 보니 벌어진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대통령 관저 이전 역시 졸속으로 추진됐다. 처음에는 육군참모총장 공관으로 이전한다고 하다가 돌연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바뀌었다. 감사원 감사에서 관저 인테리어 공사를 따낸 업체가 하필이면 김건희 여사가 대표였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후원사 가운데 한 곳이고 이 업체가 하도급을 준 18개 업체 중 15개가 무자격 업체로 드러났다. 이 역시 수의계약이어서 의혹투성이다.

촉박한 일정에 맞춰 빠듯한 예비비로 공사를 추진하다 보면 여러 가지 비리가 생길 소지가 커진다. 수의계약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과정의 위법과 탈법 행위를 보다 철저히 조사해 밝힐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