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기간 주요 대형 병원 응급실이 24시간 진료를 유지하고, 응급실 내원 환자가 지난해보다 32%나 감소함에 따라 우려했던 ‘응급의료 대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경증 환자가 동네 병의원을 이용하고 중증 환자 위주로 응급실이 운영돼 고비는 넘긴 것이다. 하지만 지역 국립대병원 응급실부터 가동률이 떨어지는 등 응급의료 공백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지역 국립대병원의 응급실 병상 포화지수(병상 대비 환자 비율)는 36%다. 응급실 병상 10개 중 4개만 환자를 받고 있단 뜻인데 지난해보다 26%포인트나 떨어졌다. 특히 충북 지역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충북대병원의 응급실 병상 포화지수는 18.8%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충북대병원은 다음 달부터 매주 하루 성인 환자 야간 진료를 중단한다. 병상 포화지수가 99%에 달했던 전남대병원은 올해는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지역 국립대병원 응급실부터 운영이 어려워진 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집단 사직으로 인력난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된 국립대병원은 총액 인건비가 묶여 있어 임금이 낮은 전공의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번아웃’을 호소하는 전문의 이탈도 늘었다. 수도권 병원의 응급실 채용이 늘어나자 전문의 연쇄 이동이 일어났다. 응급실 의사가 부족하고 배후 진료 역량이 부실한 지역에선 갈수록 병원을 찾아 떠도는 응급실 뺑뺑이가 심각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