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은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 주민과 구조대원들이 모여있는 모습. 베이루트=AP/뉴시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겨냥한 표적 공습으로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위급 사령관을 살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표적 공습을 실시해 헤즈볼라 특수부대 라드완 군을 이끄는 사령관 이브라힘 아킬 등 고위 지휘관 약 10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으로 폭발이 발생해 땅이 움푹 팼으며, 베이루트 남부 교외의 고층 빌딩 아래층이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레바논 보건부는 현재까지 최소 14명이 사망하고 60여 명이 부상했다고 알렸다. 보건부는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아킬은 지난 7월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헤즈볼라 최고 군사령관 푸아드 슈크르 다음의 군 권력자다. 그는 1983년 베이루트 주재 미 대사관과 미 해병대 막사에서 35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폭탄 테러에 관여한 혐의로 미국 정부로부터 지명수배된 상태였다. 레바논에서 미국인과 독일인 인질 납치를 지휘한 혐의도 받았다. 지난해 미 국무부는 아킬의 신원·위치 등에 관한 정보에 최대 700만 달러(약 94억 원)의 포상금을 내건 바 있다.
이브라힘 아킬. (미 국무부 제공) 뉴시스
헤즈볼라는 지난 17~18일 레바논 각지에서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를 폭발시킨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을 천명한 상태다. 이틀간 발생한 폭발로 최소 37명이 숨지고 30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오르나 미즈라히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보여준다”며 “이런 작전에 당한다는 건 굴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 또한 대전차 미사일, 무인기(드론) 등을 통해 같은 날 이스라엘 북부 군사시설을 17차례 이상 공격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물리적 충돌이 격화하면서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