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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오래 유지되는 평가지표의 조건은?

입력 | 2024-09-23 03:00:00

상대평가 가능하고 결과差 커야
구성원 동기부여에 효과적
오래 살아남는 평가지표로 기능




성과평가 제도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정기적으로 기존 성과 평가지표를 유지할지, 아니면 새로운 평가지표를 추가할지 고민한다. 경영 환경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변하면 성과 측정을 위한 평가지표도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평가지표를 유지하고 어떤 평가지표를 바꿀지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와 관련해 가톨릭대 등 국내 연구팀은 1985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자료를 활용해 비교 가능성과 차별화 가능성이 성과 평가지표의 유지와 탈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특히 성과 평가지표를 선택할 때 경영 환경 및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뿐 아니라 평가지표에 내재해 있는 특성, 특히 ‘비교 가능성’과 ‘차별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여기서 비교 가능성이란 평가지표가 복수의 피평가자를 상대 평가할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차별화 가능성은 피평가자를 평가한 결과의 차이가 얼마나 크게 벌어질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연구 결과 비교 가능성이 높은 평가지표는 다음 연도 성과 평가지표 개선 과정에서 탈락하지 않고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특정 피평가기관만 평가하는 고유 지표보다 복수의 피평가기관을 상대 평가하는 공통 지표가 더 오래 생존했다. 또한 공통 지표 중에서도 더 많은 피평가자에게 적용되는 공통 지표가 탈락될 가능성이 낮았다. 예컨대 3개 기관을 평가하는 공통 지표보다 10개 기관을 평가하는 공통 지표가 더 오래 지속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피평가자 간 성과 차별화 가능성이 높은 지표가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객관적 평가지표가 주관적 지표보다 더 오래 유지됐다. 객관적 지표 중에서도 복수의 피평가자 간 평가 점수의 표준 편차가 큰 지표가 탈락하지 않고 더 오래 살아남았다. 즉, 차별화 가능성이 높은 평가지표일수록 생존 가능성이 높았다. 나아가 비교 가능성이 높은 공통 지표의 경우 다음 연도 평가지표 개선 과정에서 가중치가 높아지는 경향도 나타냈다. 비교 가능성이 높고 차별화 가능성이 높은 평가지표는 다음 연도뿐만 아니라 2∼3년 후까지 생존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경영자는 정기적으로 성과 평가지표의 적절성을 검토해 평가지표의 추가, 유지, 탈락에 대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평가 결과가 피평가자에 대한 보상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에 어떤 평가 지표가 선택되는지에 따라 구성원에 대한 동기부여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연구 결과는 상대평가가 가능하고 변별력이 높은 성과 평가지표가 피평가자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동기를 부여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성과평가 시스템에서 오래 살아남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업은 성과 평가지표를 정기적으로 재검토할 때 평가 지표의 비교 가능성이 높은지, 차별화 가능성이 높은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 raphaelkim@catholic.ac.kr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