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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의사 70%, 추석 연휴 12시간 이상 연속 근무”

입력 | 2024-09-23 03:00:00

전의교협, 응급실 전문의 89명 조사
겨울철 의료공백 확산 우려 커져
정부 “진찰료 등 가산연장 검토”




추석 연휴 우려했던 ‘응급의료 대란’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응급의료 전문의 사이에선 “응급의료 시스템에 한계가 오는 건 시간문제”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대형병원 응급실 의사 10명 중 7명이 추석 연휴 12시간 이상 연속 근무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피로도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낙상 환자와 심혈관계 질환 환자가 급증하는 겨울철이 더 큰 고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심혈관계 환자 몰리는 겨울 다시 고비”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대형 수련병원 34곳 응급의학 전문의 89명 중 62명(69.7%)이 “추석 연휴 기간 전후(13~20일) 최대 12시간 이상 연속 근무를 했다”고 답했다. 16시간 이상 근무했다고 답한 응답자도 15명(16.9%)에 달했다. 전의교협 측은 “16시간 넘게 깨 있을 경우 업무 수행능력이 급격히 감소하고, 20시간이 넘으면 음주운전과 비슷한 상태가 되면서 환자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급의학 전문의 2명 중 1명은 사직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사직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46명(51.7%)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의대 증원이 그대로 진행돼 전공의 복귀가 무산되면 사직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55명(61.8%)가 ‘그렇다’고 했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응급실 의료공백은 의료대란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피로도가 누적되며 응급의료 위기는 더 심각해질 것이고 중환자실 등의 진료에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계에선 날씨가 추워지면서 낙상이나 심혈관계 질환 환자가 많이 발생하면 대처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겨울이 되면 빙판길에 넘어져 골절 환자가 급증하고 추운 날씨로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 환자가 늘어난다”며 “추석 고비는 넘었지만 지금도 간신히 버티는 상황이다 보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응급처치 이후 진료를 담당하는 배후 진료과 공백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영상의학과 전문의 이탈이 이어지면서 장 중첩증 환자 등이 왔을 때  컴퓨터단층촬영(CT) 및 자기공명영상(MRI) 판독을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이 같은 사례들이 계속 늘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정부 “응급실 진찰료 가산 등 연장 검토”

정부는 응급의료 공백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추석 기간 발표했던 대책 중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가산, 중증·응급수술 가산 등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 지원은 연장을 검토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추석을 앞두고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수가를 의료공백 이전 대비 3.5배로, 응급실 내원 24시간 내 시행하는 중증·응급수술 수가는 3배로 인상한 바 있다.

현장에선 수가 인상과 함께 의료진에 대한 법적 보호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는 추석 연휴 직전 ‘환자 난동이나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진료를 거부할 경우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추가로 응급의료 분야 형사처벌 면제, 민사상 손해배상 최고액 제한 등을 통해 응급실 의료진이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