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그린워싱” 잇단 지적에 수요 대폭 줄어 기업들 큰 타격 각국 친환경 제품 개발 본격 경쟁 전문가 “퇴비화 설비 확대 등 필요”
정부가 이른바 ‘썩는 플라스틱’인 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한 친환경 인증 유효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당초 올해를 끝으로 기존 인증이 끝날 예정이었는데 산업계 요청에 따라 정책을 4년 더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산업계는 당장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근본적인 육성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2일 환경부 및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한 친환경 인증 유효기간을 2028년 12월 31일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중단했던 신규 인증도 검증을 거쳐 내주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분류됐던 제품들은 2022년 1월부터 환경부 친환경 인증 대상에서 제외돼 국내에서 새 인증 제품이 나오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앞서 인증 받은 제품도 유효기간에 따라 올해 말 인증이 종료되는 수순을 밟고 있었다.
그동안 정부 정책을 믿고 따라온 기업들은 하루아침에 규제 산업이 돼 타격이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실제 생분해 플라스틱 사업을 하는 석유화학기업 A사는 국내 정책이 부정적으로 바뀌며 관련 수요가 뚝 떨어져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생분해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 대비 제조비가 비싸기 때문에 친환경 인증 여부에 따라 시장성이 크게 달라진다”며 “친환경 인증도 안 된 제품을 굳이 기업이나 소비자가 더 많은 돈을 들여 쓸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026년 30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을 놓고 세계 각국이 산업 육성 정책을 적극 펴고 있지만 한국만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은 2020년부터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하며 생분해, 바이오, 재활용 등 친환경 플라스틱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2022년 말 순환 플라스틱 생태계를 목표로 생분해 플라스틱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 프레임워크를 발표하고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체계적으로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시점인데 한국 정부가 강력한 규제만 앞세우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정부 방침 선회로 또다시 생분해 플라스틱을 둘러싼 그린워싱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한 강한 규제보다는 탄소 감축에 실효성 있는 산업으로 어떻게 키울지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성연 경희대 식물환경신소재공학과 교수는 “퇴비화 설비 등 인프라가 부족하면 투자를 늘려 확대하는 게 맞지 기존의 산업 자체를 잘못됐다고 규정하는 건 지나치다”며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을 수거하는 시스템부터 최종 분해에 이르기까지 생태계 전반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