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업황 부진 리포트 겹쳐 반도체 관련株 내림세 이어지면서 코스피도 빅컷 효과 제대로 못누려 이틀간 상승률 0.7%… 日은 3.7%↑
미국발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훈풍에도 국내 반도체 관련주는 오히려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전망 부진과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악재가 겹쳤다. 국내 대표 반도체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한 달간 시가총액만 100조 원 이상 증발하는 부진을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부진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부진 우려가 컸다. 스마트폰이나 PC 등 정보기술(IT) 장비의 수요 부진으로 1년간 상승했던 D램 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서면서 반도체 관련 종목들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것이다.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거품론이 퍼진 것도 악영향을 끼쳤다.
국내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부진을 이어가면서 국내 증시도 빅컷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들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 국내 증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순매수를 이어오던 외국인 투자가들은 8월에 코스피에서만 2조8680억 원을 순매도하더니, 이번 달 들어 6조 원 넘게 팔아치웠다. 20일 기준 코스피의 외국인 투자 비중도 33.29%로 떨어지면서 2월 21일(33.28%)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줄었다.
국내 증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증시에 대한 우려가 과도한 수준”이라며 “외국인 투자가들도 최근 차익 실현에 나섰지만 조만간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세계 경기는 올해 대비 더 나빠질 것”이라며 “국내 경제는 반도체 수출 부진과 내수 경기 침체로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